「보너스」와 불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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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해에는 연말「보너스」가 없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불경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에도 GNP는 얼마가 늘고 수출도 목표액을 벌써 초과했다면서 불경기가 웬 말이냐고 의아스러워 지기도 한다.
그러나 돈이 돌지 않는 것을 보면 불경기임에는 틀림없다. 여성의「패션」부터 가 이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캘리포니아」대학의「이마뉴엘」교수에 의하면 유행에는 두개의「사이클」이 있다 한다. 곧 정치적 변천을 따라 약 2백년을 한 주기로 하는 유행의 물결이 있고, 또 하나는 사회·경제의 변화에 따라 약 42년을 주기로 한 유행의 물결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이런 주기가 바뀔 때마다「에로티시즘」이「패션」계를 휩쓸었다. 1575년 전 후의「스페인」왕조 몰락 기, 1775년 전 후의「프랑스」왕조 붕괴 기 등에 더욱 복장이 화려하고「에로틱」하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42년만에 한번씩 바뀌어지는 단기 「사이클」이다. 가령 지금부터 42년 전의 대공황 때에도「노·브래」가 유행할 정도였다 한다.
이처럼 특히 불경기의 전야에「에로틱」한 유행이 판치게 되느니 만큼「미니」니「시· 드루·루크」가 유행한다는 것은 세계적 불경기의 전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다.
그러나 올해엔 보너스가 없기 쉽다는 데는 또 다른 까닭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보너스」란 원래「라틴」어의 BONUS에서 나왔다. 그것은『좋은』또는『선량한』이라는 형용사였다.「라틴」어 에서는 형용사는 그대로 명사화될 수 있기 때문에「보너스」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선「보너스」란 특별 배당금·특별 수당·상여금·장려금 특히 연말·기말의 특별 수당을 뜻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나「보너스」받는 일처럼 좋은 것은 없다. 많고 크고는 문제되지 않는다. 여기「보너스」의 매력이 있다.
이것을 주는 사람도 따라서『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좋은 사람』 이란「라틴」어를 영국인이 본 뜰 때『좋은 것』으로 전용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보너스」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좋은 사람」,『선량한 사람』이 작아 졌다 는 뜻도 된다. 「보너스」를 어떻게 풀이하든 그것이 없으면 쓸쓸해진다는 얘기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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