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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원단에 매력 느껴 시작 … '세상에 유일한 가방'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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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젊은 청년 CEO로 주목받고 있는 한장흠 대표가 자신이 제작한 가방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개성과 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리사이클링 제품이 인기다. 가구와 의복의 리폼은 물론 폐자원을 재생시키는 친환경, 에코 디자인은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버려지는 간판원단을 이용해 가방을 제작해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링을 추구하며 눈길을 끌고 있는 젊은 청년 CEO 패롬 한장흠(28) 대표를 만났다.

-패롬은 어떤 브랜드인가.

“대학에서 패션학을 공부하며 앵무새(PARROT)에서 영감을 얻은 ‘패롬’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앵무새가 가진 화려한 색감은 개성 없이 막연하게 유행에 따라가는 도시에서 나를 빛나게 해줄 컬러라고 생각했다. 패롬에서는 여러 형태의 리사이클링 가방(쇼퍼백·브리프케이스·토트백)과 지갑, 악세사리를 판매한다.” 

통가죽을 분리해 만든 태블릿 PC케이스.

-언제부터 리사이클링 가방에 관심을 갖게 됐나.

“처음엔 박스 디자인의 가죽 가방을 많이 만들다가 기존에 없던 소재의 가방을 만들어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중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간판 원단(플렉스)에 주목하게 됐다. 간판원단의 내구성 좋은 방수 소재와 다양하면서 독특한 색과 글자에 매력을 느꼈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청년CEO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천안지하도상가에 작업실을 갖게 되면서 리사이클링 가방을 제작하게 됐다. 대부분 간판 제작 회사를 찾아다니며 버려지는 간판원단을 수거하며 가방의 손잡이 역시 통가죽을 분리해내고 남은 가죽을 이용해 만든다.” 

-리사이클링 과정을 소개한다면.

“먼저 간판 제작사를 다니며 버려지는 플렉스 원단을 공수해 온다. 그런 다음 깨끗하게 세탁을 한 후 원단의 도안을 살려 디자인하고 재단을 해서 가방이 완성된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상태의 간판원단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에는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글씨와 색이 달라 특별한 가방이 완성된다. 이외에 임의적으로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프린트 작업을 해서 업사이클링시킨 가방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의외로 많은 간판원단이 버려지는데 가만히 방치하면 바로 쓰레기가 될 수 있는 폐기 원단과 가죽이 실용적인 가방으로 생명을 얻는 과정이다.” 

-리사이클링 가방의 매력은.

“우선 소재가 신선하다. 간판원단은 옥외간판으로 사용될 때 내부 조명의 발열에도 녹지 않고 비와 눈도 견딜 수 있는 강한 내구성을 가진다. 간판이 특정한 내용과 정보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지다 보니 선명한 색깔을 많이 사용한다. 간판의 그림과 글자를 그대로 살려 바로 가방을 제작해도 독창적인 멋을 추구할 수 있다. 디자인이 같아도 겉감에 표현된 그림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가질 수 있다. 또 시트문자나 실사 인쇄와 같은 표현이 자유로워 원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재프린팅 할 수 있다. 요즘엔 사진작가와 협업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희움 더클래식>과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했다고.

“<희움 더 클래식>은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원예심리치료과정을 통해 꽃을 눌러 만드신 미술 작품을 모티브로 패션과 디자인 상품을 제작한다. ‘소녀의 꽃, 재탄생하다’는 2010년에 작고하신 고 심달연 할머니의 압화 작품을 바탕으로 재프린팅해 쇼퍼백을 새롭게 제작했다. 심할머니의 압화 작품은 ‘위안부’ 할머니의 작품으로서가 아닌 ‘예술가’의 작품으로 소녀처럼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치료했던 아름다운 작품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인기리에 판매됐다. 제품 판매 순이익의 70%는 ‘사)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전달돼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사용된다.” 

-주요 고객의 연령층은.

“스위스의 유명 브랜드인 프라이탁을 벤치마킹했다. 프라이탁의 트럭덮개 천은 소재와 디자인에서 간판원단과 비슷하다. 프라이탁의 가치와 가격을 아는 젊은 사람들이 주고객층이다. 판매는 온라인 쇼핑몰로 하고 있고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소비자가 가장 많다. 가죽제품은 20대 후반까지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패롬’의 앞으로가 궁금하다.

“손수 제작한 가방을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일반 정형화된 제품이 아닌 기획하는 대로 리사이클링된 제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소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진이나, 바다풍경처럼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좋은 사진을 찍는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지금의 간판원단과 가죽 외에도 더 다양한 리사이클링 소재를 찾아 연구하며 새롭고 신선한 제품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기존의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치가 더 높은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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