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메달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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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방콕」에서 연일 유쾌한 화제가 전해온다. 수영선수 조오련 군의 금「메달」은 그 중에서도 백미를 이룬다. 동화 같은 이야기다.
조 선수는 불과 1년 전에 상경한 시골뜨기 소년이다. 전남 해남의 학 동네가 바로 그를 키워준 고향이다. 이 동네엔 저수지가 하나 있었다. 조 군은 어린 시절을 이 저수지에서 철벙거리며 보냈다 실력이라면 이것이 전부다. 어느 누가 이 소년에게 절도 있게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니다.
그는 중학을 졸업하자 서울로 가고 싶었다. 다른 야 심은 없었다.『과연 나도 헤엄을 잘 치는 축에 드는 것일까?』하는 소년다운 호기심을 품고 있었을 뿐이다. 무작정 서울로 찾아왔다.
이 꿈 많은 시골 소년은 뜻하지 않게 한 수영교사를 만난다. 그는 으리으리한 풀에서 제 식대로 헤엄을 칠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 달만에 그의 기록은 자꾸 새로와 졌다. 데뷔 1년만에 그는 한국기록을 14회나 갱신했다.
드디어 학 동네의 소년은「아시아」경기가 열리는「방콕」에까지 나가게 되었다. 여기서 조 선수는 당당 1위를 차지했다. 4백m 자유형 레이스였다. 그를 뒤 다른 일본선수와는 불과. 1초 차이-. 「아시아」경기에서 수영은 으레 일본이 금「메달」국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전 종목에서 우리 나라의 금「메달」이 일본보다 적은 것은 육상이나 수영같이「메달」이 주렁주렁한 종목에서 일본을 견디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은 그 징크스를 극복했다.
우리 나라가 반도국이면서도 수영에는 남보다 뒤지는 것은 좀 생각해 볼일이다. 해안이 개발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취약적인 경향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약간의 추위에도 짜증을 내며 지척의 거리에도 택시를 집어타며, 조그만 노동도 기피하려고 하는「프티·부트좌지」풍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고에서 조 군은 한 교훈적인 입지전을 보여 주고 있다. 세계의 「마라톤」왕자「아베베」가 맨발로 경기에 나가는 것도 말하자면 조 군의 의지와 같은 것이다. 시골의 하잘 것 없는 저수지에서 국제선수가 탄생된 것과 무엇이 다튼가.
우리는 전국체전이 열릴 때면 시골의 토박이 소년·소녀들이 맨발로 경기장에 나오는 것을 때때로 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집념은 어느 누구보다 강해서, 불꽃이 튕기는 눈동자를 보여준다. 결국 인간의 환경이나 조건은 인간자체를 넘을 수 없다. 인간 자신이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가 문제다. 만일 조 군이 안락한「풀」에서 튜브나 가지고 놀았다면 과연 오늘의 선수로 자랄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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