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산분규, 이젠 勞가 양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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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연초 노조원의 분신자살로 촉발된 두산중공업 분규가 장기화하면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엊그제는 노조와 회사 경비원 간의 폭력사태로 수십명이 다치고 재산 피해도 나는 일이 또 되풀이됐다. 안팎의 악재로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불안한 속에 이 분규가 올 봄 춘투에 불씨로 번져서는 안될 일이다.

두산중 사태는 노사간 자율협상이 실패한 데 이어 정부의 중재노력까지 무산돼 상황은 어둡다. 하지만 정부나 지역 중재단의 그간의 수습노력이 해결의 씨를 뿌렸다고는 본다.

노동부는 조합원 개인과 노조 조합비에 대한 가압류 완화와 지난해 파업기간 중 주지 않은 임금 일부를 보전해주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회사 측은 이를 수용했다.

재산 가압류가 근로자 개개인에게까지 과도하게 행사됨으로써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여론을 회사 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철회 약속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중재안을 거부해 평행선을 긋는 상태다.

사용자 입장에선 손배소는 불법 파업에 대한 유일한 대응 무기 성격이 커 양보가 어렵다. 노동부가 노측이 중재를 거부하자 내용상 더 중재할 게 없다며 물러선 것도 이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쟁의 찬반투표를 통해 춘투(春鬪)와 연계한다는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특별조사로 밝혀진 회사 측의 블랙 리스트 작성 등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使)쪽에서 한보 양보했으면 노(勞)쪽도 응답하는 자세여야지 끝없는 요구가 계속된다면 노사간 협상은 존재할 수 없다. 더구나 작업장에 두달 가까이 시신을 놓고 흥정하듯이 대립해서는 정상적 협상도 어려울 것이다.

이쯤해서 분규를 접고 장례를 치르고 나머지 쟁점은 추후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도 분위기에 밀려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어주기보다 불법 행위는 엄단하면서 노사 자체의 해결 노력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