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로 양육수당 줘 … 경기도 예산 돌려막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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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당장 이달 지급이 불가능했던 경기 수원·용인·군포·김포·광주시의 가정양육수당이 25일 정상 지급된다. 다른 예산을 빼다 쓰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통해서다. 24일 경기도와 수원 등 5개 시에 따르면 이들 시는 이달에 지급해야 하는 가정양육수당 부족분 48억원을 일단 보육료 예산으로 메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9월 가정양육수당은 예정대로 25일 각 개인 통장으로 지급된다. 경기도 고재학 보육정책과장은 “현행법상 같은 보육사업 안에서는 예산을 전용하는 게 가능해 각 시들이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정양육수당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0~5세 영·유아 1인당 월 10만~20만원을 주는 것이고, 보육료는 어린이집 이용료 등을 국가와 지자체가 대신 내주는 것이다.

 수원시 등은 빼다 쓴 보육료 예산을 이달 말 안전행정부로부터 받는 특별교부세로 벌충할 방침이다. 양육수당은 보육료 예산으로, 보육료는 다시 특별교부세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법이 허용하는 예산 전용을 통해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10월이면 보육료 예산마저 고갈되기 때문이다. 이는 수원을 비롯한 5개 시뿐 아니다. 경기도 내 모든 지자체가 다 그렇다. 수원시 백광학 보육아동과장은 “바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10월부터는 진짜 지급불능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지자체들이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은 경기도 의회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거부한 때문이다. 당초 경기도는 0~2세와 5세 영·유아만 양육수당·보육료 지원 대상으로 계산해 이에 맞춘 돈을 각 기초지자체에 보냈다. 그러다 정부 정책이 바뀌어 3~4세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복지 지출이 늘었다. 이로 인해 이달부터 기초지자체들의 관련 예산이 바닥났다.

 이에 경기도는 복지 지원 중단 사태를 막고자 관련 예산 3522억원을 더 마련해 기초지자체에 나눠주겠다는 추경안을 이달 초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다수당인 민주당이 “부실한 예산안을 제출했다”며 심의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도가 시·군에 지원해야 할 재정보전금과 교육청에 줄 예산 등 7204억원을 추경안에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는 “재정난 때문에 재정보전금 등의 지원 시기를 2015년으로 미루겠다고 의회에 사전 보고했다”며 “추경안에 넣을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본지 9월 16일자 12면>

 예산을 전용해 해결한 가정양육수당과 달리 당장 이달에 차질이 빚어진 복지 사업도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탈북자(새터민)·노숙자 의료비 지원 사업 같은 것이다. 이 예산 역시 이달에 바닥났는데 추경안이 심의되지 않아 21만여 명이 29억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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