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회사채·기업어음(C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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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에 대한 걱정을 담은 뉴스가 부쩍 늘었습니다. 동양그룹의 회사채나 CP를 산 사람이 큰 손해를 볼 위기에 놓였다는 보도가 대표적입니다. 해운업계 회사채에 대해선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회사채와 CP는 모두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입니다. 회사채는 보통 발행 후 3년이 되면 원금을 갚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대개 3개월에 한 번씩 이자도 줍니다. CP는 만기가 1년 이내로 단기 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쓰입니다. 회사채와 CP를 발행하면 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서도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입니다. 지난해 발행된 회사채는 57조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회사채가 발행됐다는 건 그만큼 회사채를 사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입니다. 회사채와 CP를 살 경우 받게 되는 이자는 일반적으로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습니다. 또 회사채 등을 사고팔 수도 있기 때문에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 차익을 챙길 수도 있지요.

 하지만 위험도 있습니다. 회사가 망하면 원리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채·CP 투자자가 낭패를 보게 됐다는 뉴스는 바로 이를 발행한 회사가 원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신용평가회사가 기업의 자금 사정과 경영 상황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깁니다. 이 신용등급을 보면 특정 회사가 만기에 원금을 제대로 돌려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회사채의 경우 평가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AAA·AA·A·BBB·BB·B·CCC·CC·C·D 체제로 등급을 매깁니다. AAA가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룹별로 A+, A- 식으로 세부 분류를 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BBB 이상은 ‘투자 적격’이라고 합니다. 돈 떼일 염려가 적다는 뜻이지요. BB 아래는 ‘투자 부적격’입니다. 돈 떼일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신용등급이 좋았지만 갑자기 자금난에 빠지면서 한꺼번에 신용도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극소수 기업은 뻔히 회사 사정이 나빠질 걸 알고서도 CP를 발행해 잇속을 챙겼다가 경영진이 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회사 사정이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회사채나 CP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 부적격 등급의 회사채는 싸고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회사가 살아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회사채와 CP는 기업에는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고 투자자에겐 요긴한 재테크 방법이지만, 모든 투자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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