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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아 장기 수출이 던진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보한바, 서울대학교 반대 이모 교수가 지난 1년6개월간에 걸쳐 사태아에서 떼어 낸 장기를 한달 평균 1백20개씩이나 외국에 수출하고 있었다는 보도는 국민에게 비상한 충격을 던져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보사부 의료 신의회는 긴급 회의를 소집, 『태아의 장기를 의학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외국의 의료 기관과 서로 교환하는 것은 의학적 견지에서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보사부 장관도 특별 담화를 발표하여 국민의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의학계 일부와 보사 당국의 이와 같은 해명에는 물론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 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받은 충격이 이로써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은 이 문제가 즉각 정치 문제화하여 국회에서까지 새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도 입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바, 이번 장기 수출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건에 대하여 우리의 소견을 밝힌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가 된 장기는 비록 사태아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교수가 보낸 2천여 개의 콩팥·기관지 등이 모두 임신 6개월 이상 된 사태에서 떼어 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엄연히 국법으로써 금지하고 있는 낙태 행위의 만연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낙태 천국」이라는 악명을 받을 만큼 낙태 시술의 성향이 어느 정도 천하 공지의 사실이 돼 있으나 그렇다 치더라도 실정법인 현행 형법이 그와 같은 낙태 행위를 엄연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다른 사람도 아닌 국립대학의 교수와 보건 당국·세관·검찰 등 모든 관계 국가 기관 당국자들이 이 명백한 범죄 혐의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에 대한 이렇다 할 법적 「클리어런스」를 취함이 없이 예사처럼 사태아의 수집과 통관·수출 등을 장기간 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한 소행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순전히 법적 견지를 떠나서라도 인체 장기의 일부를 외국에 수출했다는 사실에서 받는 국민 감정의 「뉘앙스」를 당국자들은 결코 경시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번 장기 수출 사건의 「케이스」는 그것이 순전히 학술 연구를 위해서였다는 명분이 있고, 그로써 벌어들인 외화로 실비를 보상할 정도의 미미한 것으로서 이는 결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만일 이와 같은 수출이 예컨대 인모 가발 수출에서와 같이 주로 영리 목적을 위해 행해졌다고 가정했을 때 국민이 받을 심적 충격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외경심을 국민 「모럴」의 가장 큰 「백본」으로 삼아야 할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비록 학술 연구를 위하여 국제간에 인체 조직의 일부를 서로 교환함에 있어서도 그 연구 자료의 수집과 교환을 할 수 있는 자의 자격과 절차에 대해서 엄격한 사전 규제가 정립돼 있어야 할 것이며 그로써 얻어지는 학문상, 국민 보건상 이익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미리 주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사전 해명을 통한 국민의 이해를 구해 보려는 성의를 결함으로써 이번 사건에서와 같이 갑작스럽게 물세를 일으키고야 만 관계 당국자의 독선적 태도는 그것이 곧 국민 부재의 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원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이번 사건은 그것이 내포·한「크리미널·케이스」(형사사건)로서의 문제성보다도 존중시 돼야 할 국민 도덕의 근간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외경심·사자의 오체 장기를 신성시하는 국민 감정의 흐름을 국가기관 당국자가 너무도 경시한 데서 불필요한 잡음을 자초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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