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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한 한자교육 부활론|한국 어문교연 발표회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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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이희승)는 25일 신문회관강당에서 강연회를 갖고 문교당국에 한글전용의 졸속성 시정과 한자교육의 부활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희승박사는「문화와 문자와의 관계」라는 강연을 통해『세계의 문화는 크게 한자문화권과「로마」자문화권으로서 동·서를 양분할 수 있는데, 문화는 결국 자기민족만의 독창이란 있을수 없는 것이며 세계의 각 민족이 이 양대 문화권 중 어느 하나를 토대로 제나름의 문화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 일본, 만주, 월남, 태국,「티베트」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민족들은 중국문화를 기성문화로 하여 거기에다 제나름의 가치를 더하여 각기 특색있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이박사는 풀이했다.
한국문화가 한자문화권에 속하지만 바로 그것과 똑같은 것은 아니라고 본 이박사는 성리학을 독특하게 발전시킨 이퇴계의 예를 들었다. 서양의「로마」자 문화권에 있어서는 의식주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의 경우 한자문화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한국 나름으로 소화시켜음으로써 특색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한글학회호의「큰 사전」에 한자에서 온 어휘가 52%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들 어휘는 고대 중국어에서 온 것으로 한국문화의 어원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말로 된 문자어지 외국어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의 동유어와 잘 조화되어 우리 문화의 뿌리를 이루었다. 이들을 한자로 된 말이라고 하여 내쫓는다면 중국어와도 다르고 세계 어느나라 말과도 다른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갈 곳이 없어진다.』 이박사는 한글전용 논자들이 ①영자에 대하여 우리문자가 아니다. ②배우기가 어렵다는 점을 그들 주장의 근거로 내세움에 맞서서, 『2천5백여년 동안 우리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이 말들을 없애고 새로이 원시상태에서 출발하여 오늘날의 선진문화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우기가 어렵다는 것도 1천3백자의 상용한자를 짧은 기간에 익혀 평생에 유익하게 쓰는 점을 망각한 단견이라고 반박했다.
「한자전폐와 국택문제」에 대해 발표한 이가원교수(연세대)는『세종대왕의 정음창제는 일용에 편하게 하기 위한 것뿐이었다』고 전제하고 민족의 고전을 그대로 사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벌써 우리말로 되어진 한자어를 추방한다는 것은 우리말을 질적으로 저하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하면서 높은 문화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자에서 풍부한 우리어휘를 개발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리고「국어교육과 한자문제」에 대해 상세한 조사자료를 제시하면서 발표한 남신우교수는『지금의 국어교육은 한글만으로 우회교육의 우를 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학적 조사연구나 실험도 거치지 않은 채 국어교육에서 한자를 추방하여 초·중·고에서 12년간, 그리고 대학에서 1년간 국어교육을 받은 대학 2년생 35명에게 「중구난방」의 뜻을 물었을 때 한사랍도 대답을 못하는 절름발이 국민이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교과서의 기업이 내용 해독에 앞서 낱말설을 먼저 해야하고 그뜻을 낱낱이 기억한다는 것은 기본한자 배우기보다 몇10배의 정력낭비』라고 주장했다.
남교수는 중·고교의 국어·상업·화학·물리·지리·사회교과서 등을 분석하면서 한글만으로 된 어휘의 난해성, 혼동에서 오는 오해를 지적했다. 교과서에서 다른 외국어는 괄호 속에 넣어서 친절히 해주면서 한자를 신경질적으로 기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신학기부터 사용하는 한글전용의 중·고교 교과서에서 해득 곤란한 대목의 몇 예는다음과 같다.

<국어>
▲고칠 삼현제를 취하는 버릇 ▲남아수독오거서는 박이부정이 그 통폐요 ▲강엄의 별부는 기려에 흘러 애초에 실감이 결여하고, 셀리의「야별」은 재치가 앞서 드디어 심층이 결연하니, 이 일편이 족히 차종 문자의 충기조, 충원류가 된다 할지라, 뉘라서 별을 서하되 다시 지리한 언사와 분운한 장절로써 감히 이 일편의 초를 속하료? ▲이백, 두보, 후즈, 정약용, 톨스토이(Tolstol)=영어는 괄호 속에 넣었고「후즈」는 호적으로서 이일과는 다른 표기 원칙을 취하고있다.

<상업>
▲소물혼재급=이것은 운송업자가 여러 화주로부터 수탁한 소급 화물중에서, 착역이 동일한 것끼리 모아 직송 차급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 소급혼재급 이라고도 한다.

<지리>
▲일본열도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호상 열도인데…주요 공업지대는 케이힌, 추우코오, 한신, 키타 큐우슈우 등=공업지대 등 지명은 일본 발음도 한국 발음도 아닌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 지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경남은 지대인 조와 특산물인 조를 국가에 바치고 1년에 20일씩 부역인 용을 부담하였다. 이를 조·용·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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