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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한 노동보다 과학적인 노동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금은 과학시대며 정보시대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근로정신도 이러한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해석돼야 하지 않을까. 근로정신이라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밤늦게까지 일하는 정신정도로 생각한다면 기술혁신이 급템포로 이뤄지고 있고 정보가 범람하는 이 시대를 건전하게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농사 하나만해도 어떤 종자가 좋으며 어떤 새로운 파종법이 나오고 있으며 어떤 비료, 어떤 농약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정보를 우선 상세하게 수집해야 한다.
그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적당한 것을 선택해 가지고 과학적 농사법을 영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그 계획을 수행하기 의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정신, 그것을 바로 오늘날의 근로정신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계획을 수행하는 일의 과정에서도 현대과학이 이룩한 능률의 법칙에 따를 필요가 있겠다. 석탄을 마는데도 3시간 내리 작업하는 것보다 30분 일하고 10분 쉬는 것이 가장 능률이 난다는 식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생들의 공부에도 해당된다. 각성제를 억지로 먹고 눈을 비비며 공부하려는 그 정신은 일종의 근로정신으로 가상하다고는 하겠다. 그러나 대뇌생리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공부하는 것은 근로가 아니라 무리한 짓, 해로운 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학습에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을 자기에 맞게 소화시킨다면 단시간의 집중으로도 얼마든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맹목적인 근로정신, 비과학적인 근로정신도 일을 안하고 편히 살아보려는 정신, 공짜나 바라거나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목적을 이뤄보려는 정신에 비하면 천배 만배 낫다.
그렇다고 해서 근로정신을 구태의연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노벨상을 탄 과학자라도 한가지 연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연구시간의 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그동안 이 분야에서 남은 어떤 연구를 해냈으며 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정보수집과 계획작성에 쓰고 있다. 그리고 나서 침식을 잊어버릴 정도로 노력을 해야만 그 노력도 능률적인 것이다. 우리도 이제 중진공업국이 되려는 판이므로 과학적 근로정신의 앙양이 더 한층 요망된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l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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