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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서울의 명물|마포 새우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마포 사람한테서는 새우젓 냄새가 난다고 할만큼 새우젓으로 이름났던 마포 새우젓 시장이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고작 4개의 상회가 번창했던 시절을 기억한 채 사양의 길에 들어 서 있다. 올해도 김장철이 「피크」에 이르자 마포구 도화동 29의 2 이만이씨 (62)의 새우젓 상회는 새우젓을 찾는 주부들로 붐비고 있으나 전과 같은 경기는 찾을 길이 없다.
이씨 가게가 있는 일대는 서울의 명물이던 새우젓도가가 있던 자리. 6·25전까지는 인천에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새우젓 독배가 매일 80여척이나 되었고 이 엄청난 새우젓은 양륙하자마자 상인들이 「상회」라고 부르는 위탁 판매 업자를 거쳐 춘천·홍천 등 내륙 지방으로 공급되어 마포 새우젓은 곧 맛있는 새우젓의 별명이었다.
번창했을 때는 상회가 15개나 있었고 모여드는 장사꾼은 수백명, 선창은 항상 돛배로 차고 실 속 있는 새우젓 부자가 살아 도화동 일대는 객주 집으로 경기가 흥청 했었다.
그러던 이 사양에 들어선 것은 6·25로 휴전선이 막혀서 돛배가 한강을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된 뒤부터.
인천의 새우젓은 트럭으로 남대문 시장·중앙시장 등 신흥 도매 시장으로 모이게 되는 반면 도화동의 마포 새우젓 상회 경기는 급속히 쇠퇴하여 차츰 문을 닫아 이제는 이만이씨 등 네 집만이 옛날의 명맥을 지키고 있지만 마포 새우젓의 명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올 김장철에는 가까운 하현 시장·낙원 시장의 소매 상인과 마포·서대문 일대의 단골 주부들이 찾아 왔는데 그 중에는 멀리 수유리에서 마포 새우젓을 못 잊어 찾아온 할머니도 있어 30년 동안 새우젓 장사를 해온 이씨를 한층 서글프게 했다.
이씨등 네개의 상회는 요즘 뱃길 대신 육로를 개척, 인천, 광천, 목포까지 나가 트럭으로 운반해 오고 있는데 이 때문에 30 드럼 운송에 2만원까지의 수송비가 들어 결국 이 돈을 주부들이 내게 된다고 이만이씨는 씁쓸히 말하고 있다.
이씨는 요즘 김장철이 한창인데 하루 2드럼 정도의 새우젓을 소매한다면서 2·3년 안에 마포 새우젓 가게는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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