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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예술의 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치진씨<극작가> 4개의 작품을 부분적으로 발췌했지만 각 작품의 전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잘 짜여졌다.
「셰익스피어」희곡의, 음운이 잘 살아나 눈을 감고있어도 「셰익스피어」가 그대로 몸에 배어드는 느낌이었다. 「톰·크리들」의 연기가 퍽 관록이 있어 보였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았다.
▲오영기씨<극작가> 첫째 기획이 좋았다. 『십이야』는 전에 본 일이 있었지만 『햄리트』 『오델로』등은 처음인데 매우 감명 깊었다. 연기도 신선하고 좋았다.
▲오화섭씨(연세대교수) 작품하나를 완전히 상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적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배우들이 『햄리트』『오델로』에서보다 『겨울이야기』『십이야』에서의 역할이 더 몸에 배어있는 느낌이었다. 민첩한 장면전환이 재미있었다.
▲여석기씨(고대교수) 소규모로 편성, 기동성 있게 움직이면서 작품의 「하일라이트」가 되는 부분만 신속하게 전환시켜 나가는 수법이 새롭다.
상연된 4편 가운데 비교적 우리관객에게 생소한 「십이야」의 몇 장면은 가히 일품이었다. 「셰익스피어」극의 말의 묘미가 무대를 통해 생동하는 느낌이다.
▲김동원씨(연극배우) 「톰·크리들」의 관록있는 연기는 연륜 쌓인 배우의 무게를 한층 더했다.
내가 『오델로』와 『햄리트』역을 해보았기 때문에 이번 「셰익스피어」극단의 공연은 한층 감명 깊었다. 「액션」은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안정된 대사와 「리드미컬」한 발성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 같았다.
▲이근삼씨(서강대교수) 먼저 세련된 대사전달에 감탄했다. 연출자가 무대를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대사가 없는 연기자를 무대뒤쪽으로 돌려 세우는 등의 기법은 놀랍다. 소도구의 처리도 기막히다.
그리고 넓은 무대에 단 5인이 출연하지만 끝까지 꽉 찬 인상을 주는 것은 대단한 실력으로 평가된다. 우리 젊은 연기인들이 많이 배웠을 줄로 안다.
▲나영균씨(이대교수) 「셰익스피어」의 연극가운데 가장 좋은 대목만 추려놓은 것이라서 누구나 감명을 받을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주옥같은 대사의 전달에만 주력한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원체 토막 토막으로 된 것이라 긴장감 유지가 어려웠을 줄 안다. 다만「신」을 조성하느라 애쓴 연출자의 노력과 「이야고」역의 「톰·크리들」의 연기력이 인상에 남는다.
▲김정옥씨(중대교수·연출가) 상연형식이 대단히 재미있었다. 「세트」와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관객이 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형식이었다. 어느 의미에서는 서구연극보다 판소리 등에서와 같이 동양연극이 더 그러한 형식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무대에서는 「세트」를 꽉 채운 무대에서 보다 연출자와 연기자의·영역이 더 넓고 어려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임영웅씨(연출가) 「피터·포터」의 연출수법이 새롭고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정확히 전달했다고 본다. 연기면에서는 배우들이 단순한 앉은 자세, 서있는 자세부터 기본적 훈련을 제대로 받은 배우들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장치도 없이 의상·소품만 가지고도 충분히 연극이 된다는 것은 우리 연극에 좋은 암시를 주었다고 생각된다. 매우 감명 깊게 보았다.
▲김희경씨(연극평론가) 기대하던 바와 같이 극예술의 진수를 이들은 보여주었다. 영국 본고장의 연극을 아직껏 대해보지 못했던 한국의 관객으로서는 귀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치밀하게 훈련되고 계산된 연기가 가장 완벽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모순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극술이다. 이 극술의 묘미를 「런던·셰익스피어·그룹」은 유감없이 발휘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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