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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미디어 기업 IMG 마이클 돌란 회장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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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적 스포츠·패션·미디어 기업인 IMG의 회장·CEO인 마이클 돌란은 “한국은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미국 뉴욕주 코넬대 도서관에서 중세 영문학과 씨름하며 청춘을 보낸 마이클 돌란(67). 12세기 신(新) 플라톤학파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젊은 시절은 스포츠 스타나 패션 모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스포츠·패션·미디어 업계 세계적 기업인 IMG의 회장으로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IMG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로저 페더러와 같은 테니스 스타 관리부터 ‘코리안 탱크’ 프로골퍼 최경주 등이 활약하는 아시아투어 같은 유명 골프대회를 세계 곳곳으로 전파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에서 J골프와 손잡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국내 중계를 가능케 한 곳도 IMG다.

22일 전용기로 방한, 중앙일보·JTBC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24일 오전 중국으로 떠나는 그를 23일 JTBC에서 만났다. 돌란은 “모든 건 ‘관계’에서 비롯한다”며 “내가 다양한 인생항로를 밟을 수 있던 것도 경력을 쌓으며 만났던 인연 덕분”이라고 말했다.

 IMG의 주요 현안은 국제화라고 했다. 그는 “국제화를 위해선 한국과 같은 아시아 파트너들과 일대일로 상호 이득이 되는 관계를 중시한다. 한쪽만 이득을 보는 관계는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에서 모든 분야에 통달한 팔방미인은 있을 수 없기에 현지 사정에 밝고 강력한 파트너와의 합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문학 교수로 2년간 뉴욕 시립대에서 교편을 잡기도 한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경영자의 길로 본격 뛰어들었다. 광고회사를 비롯, 펩시 같은 다국적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2010년 IMG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으로 합류했다. IMG의 2대 회장인 테드 포스트맨의 인정을 받고 이듬해 11월 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언론들은 “스포츠와 무관한 길을 걸어온 최고급 경영인 돌란이 합류한 건 IMG가 스포츠 분야를 넘어선 세계적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IMG는 1960년 변호사 출신 마크 맥코맥이 창업한 기업. 전설적 골퍼 아놀드 파머와 계약을 맺으며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회사다. 이후 패션모델 관련 사업 및 각종 스포츠 경기 리그 운영과 중계권 사업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현재 30여 개국에 60여 개의 지사를 운영 중이며 직원 수만 3500여 명이다. 돌란 회장은 취임 후 중국 CC-TV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도·터키 등에 스포츠 리그를 창설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IMG는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DNA로 삼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왔다. 이제 포화시장인 유럽·미국을 넘어 아시아·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다. 펩시 재직 시절 멘토가 ‘낚시를 하려면 물고기가 있는 곳을 찾으라’고 했다. 내겐 아시아가 현재 그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 시장은 각별하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면면을 모두 갖고 있어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프로 리그가 잘 조직돼 있는데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최되는 지역으로서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한류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한국 대중음악 시스템에 주목한다는 그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보면 세계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나 호소력 있는 춤 동작과 멜로디·메이크업·패션에 대한 감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최근 본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기도 했다.

돌란 회장의 성공 키워드는 ‘절제’다. “지금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절망하거나 일이 잘 된다고 우쭐해선 안 된다”며 “꾸준히 최선을 다하되 현재뿐 아니라 미래 흐름을 가늠해가며 임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차분하고도 소탈했다. 이전에 그를 인터뷰했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도 그에 대해 같은 표현을 썼다. 임직원들로부터는 ‘경청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가로선 냉철하고 정확하다. “기업의 이윤은 주관적 견해이지만 현금은 객관적 사실(Profit is opinion but cash is fact)”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뉴욕시 맨해튼 북동부의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는 그는 차가 없다. 매일 아침 녹차를 테이크아웃해 지하철로 출근한다. 최근 사무실 이사 전까진 맨해튼 5번가까지 걸어서 출근했다. “다음에 서울에 오면 지하철을 탐험해보고 싶다”는 그는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대학원 시절 공부한 12세기 철학사”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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