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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제와 입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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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입시「시즌」과 함께 각성제가 유행하고 있다. 잠에 쫓기는 수험생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다.
인간의 중추신경중엔 수면「센터」와 의식「센터」가 있다. 전자를 자극하면 잠 속에 파묻힌다. 그러나 의식「센터」에 충격을 주면 잠은 도망을 간다. 약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신과의사들은 한결같이 경고를 하고 있다. 무슨 약이나 마찬가지지만 각성제에서 그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것은 더없이 위험한 일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조건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각성제를 먹기 전에 우선 그 효과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잠을 적당히 자고 시험을 보는 면과 각성제에 의해 잠을 쫓아 버리고 공부를 더하는 면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사들의 답은 명확하다. 잠을 적당히 자는 쪽을 택한다.
각성제를 복용했을 때와 그 효력이 지나갔을 때의 의식은 판이하게 구별된다. 각성제에 의존하며 기억에 새긴 것이 그 효과가 다한 연후의 의식에까지 연장되지는 않는다. 바로 이 사실이 중요하다. 이미 그때는 신경반응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 있게 된다. 적당한 휴식을 갖지 않으면 피로마저 겹친다.
따라서 손끝이 떨리는 「트렘블링」(trembling)현상이 일어나며 혈압이 상승하여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심장의 부담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두통도 심해진다. 동공도 이런 상황에선 흐려지기 마련이다. 온전한 의식으로 도무지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 정신의학회의 보고서는 바로 이와 같은 사실을 지적하고있다. 이런 증상이 거듭되면 「노이로제」를 유발하며 그 다음 단계는 정신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노이로제」가 대부분 이런 각성강행군에서 비롯되고있다고 그 보고서는 지적했었다. 걱정스러운 사태이다.
부모들은 우선 수험준비를 하는 자녀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지 말아야한다. 『합격! 합격!』의 강박관념은 수험생들로 하여금 실제로 실력을 쌓는 일에 보다 그 요령에 더 큰 관심을 갖게 한다.
더구나 실력은 약효로 기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 천재를 만드는 약은 없는 것이다. 의약만능의 황당무계한 사고는 어린 청소년의 신선한 두뇌에까지 파고들었다. 언젠가는 각성제를 먹지 않고는 문밖을 나다닐 수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각성해야 할 것은 수험생이 아니라, 멍청한 이 사회의 부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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