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가열…"여보세요"-불통의 다이얼…전화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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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근현상에 얹혀 불통사태가 빈번한 전화는 갈수록 전화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더하고 있다. 모자라는 전화가 그나마 재대로 통화가 안 되는 것은 지금까지 전무행정이 질·양 어느 것이나 잘 안돼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채신부가 집계한 지난 9월말 현재 전국의 전화시설 수는 52만5천1백38건, 이중 45만7헌2백80건이 가입돼있다. 이 전화시설의 43%인 22만5천7백 건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나 서울시내는 전화가 가장 모자라고 통화사정이 악화되어있다.
서울시내의 경우 체신부는 통화완료율을 약68%(EMD교환기 68.7, 스트로저 교환기 67.9)라고 내세웠지만 지난연말 특별조사결과 EMD35%, 스트로저 51%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전화의3분의2가 EMD교환기로 결국 서울의 전화는 세번 걸어야 한번쯤 통화되는 극한상태에 놓여있다.
통화사정이 나쁜 이유는 전화시설의 절대량부족으로 이용도가 높아 그 결과 통화중일때가 많고 고장 율이 높은 점을 들 수 있다.
이용도가 높은 것은 인구1백명당 전화보급률이 미국 5백18, 일본 18.1, 영국 21.9, 스웨덴 49.8, 캐나다 40.6인데 비해 한국은 1.8로 55명마다 전화1대 꼴인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통의 큰 이유는 고장이 많은 것. 체신부조사에 의하면 69년말현재 월평균1백명의 가입자에 15.3건의 고장기록을 보였고 지난 9월에만도 17.3건을 기록했다.
이 고장 부분을 시설별로 보면 옥외 즉 케이블·고무선·배단자함가 48.9%,전화국내(교환기 등)가 12.5%, 옥내(전화기 등)가 22.8%, 기타가 15.8%이다.
고장원인으로는 37.5%가 시설의 노후열화, 4.8%가 제품불량, 27.6%가 원인불명 등으로 분석됐다. 각종 시설의 노후·과용이나 날림제품인 점이 고장의 주요원인이 되고있다.
이는 체신부가 지금까지 시설확대에만 치중하고 보전관리를 게을리 한 결과이다. 지난 69년만 해도 기계부문 보수소요액이 1백13억7백31만1천원인데 예산은8억2천4백79만6천원으로 7.3%,선로부분보수소요액이 3백16억8천6백19만3천원인데 예산은 55억1천7백2만1천원으로 1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교환기 종류에 따라 통화완료율에 차이가 있는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EMD교환기는 가설된 지가 가장 오래된 것이 10년인데 35%의 통화완료율을 보이며 해마다 오접속이 이어가는 것을 지적, 수명이 40년 이상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크로스바 교환기로의 교체를 주장하는 이가 많다.
체신부는 앞서 시설의 보전관리에 허술했던 점을 자인, 앞으로 기존시설의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71년도 예산에는 올해보다 겨우 2억원 더 많은 33억원이 계상되었을 뿐이다.
전화의 양적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전화의 명랑한 소통을 위해서 과감한 시설의 개수와 시설자재의 올바른 채택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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