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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대세남' 샘 해밍턴 '마녀사냥'에 나서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방송인 샘 해밍턴이 JTBC 토크쇼 <마녀사냥>의 MC로 나섰다. 시청자들의 연애 고민을 듣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애술사’

연애 토크 버라이어티 JTBC <마녀사냥> 공동 MC 도전
호주 서 연애 상담했던 경험 살린 ‘솔직한 조언’ 시청자들에게 호감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남자’, ‘호주형’ 샘 해밍턴(36)이 예능인으로서의 끼를 맘껏 발산한다. <진짜 사나이>에서 군병영 생활을 하며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며 웃음을 선사하던 그가 이번엔 연애 초보자들을 상대로 좌충우돌 ‘연애 상담’을 펼친다. ‘대한민국 1호 외국인 개그맨’으로 통하는 그가 쏟아낼 연애 조언은 어떤 것들일까? 샘 해밍턴을 만나 새로 맡은 프로그램과 11년차 한국 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뭐 이렇게 웃긴 외국인이 다 있어?” 샘 해밍턴의 등장은 방송계와 시청자들을 떠들썩하게 놀라게 했다. MBC 리얼 체험버라이어티 <진짜 사나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으로 출연한 그는 방송 경력 8년 만에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한국말 꽤나 할 줄 아는 여타 외국인 연예인들과는 본새부터가 달랐다. 한국 남자들조차 ‘다시 가기 꺼려한다’는 군대를 가겠다고 자처한 것부터가 그렇다. 그는 단번에 ‘호주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연예계의 화제인물로 떠올랐다.

화생방 훈련을 못 참고 밖으로 뛰쳐나와 눈물·콧물을 다 쏟는가 하면, 매번 ‘열외’가 됨에도 불구하고 100㎏이 넘는 몸으로 헉헉거리며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샀다. 그의 솔직하고 화끈한 ‘개념 발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독도가 일본땅이면 일본은 한국땅이다”, “군인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중요한 일” 등 그의 입에서 똑 부러지는 말들이 쏟아졌다.

그런 그가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마녀사냥>으로 토크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JTBC와는 첫 번째 인연이다. <마녀사냥>은 치명적 매력으로 남자들을 뒤흔드는 여성, 마성의 여자를 ‘마녀’라 칭하고, 이들에게 ‘당한’ 남자들에게 ‘연애의 기술’을 조언해주는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신동엽, 가수 성시경, 영화평론가 허지웅과 함께 메인 MC를 맡았다. 토크쇼는 리얼 예능 버라이어티와는 달리 소위 ‘말발’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샘과 함께 하는 세 명의 MC는 한국 방송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입담꾼들이다. ‘섹드립(야한 농담을 뜻하는 은어)의 신’이라 불리는 신동엽,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잘 자요”라는 멘트 하나로 여심을 녹여버린 성시경, JTBC <썰전>에서 독설 다크호스로 떠오른 허지웅 등이다.

“신동엽과의 방송 기회, 거절할 사람 없을 걸요”

8월 12일 서울 중구 순화동 JTBC 본사에 있는 <마녀사냥>의 출연자 대기실에서 샘 해밍턴을 만났다. 오전 11시에 시작되는 1차 녹화를 앞둔 그는, 불쑥 찾아온 기자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맞았다. 비슷한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는 언론사 인터뷰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걱정이 앞섰지만 그는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느릿느릿하고 담백하게 들리는 샘 해밍턴 특유의 말투로 말이다.

네 명의 남성이 연애 조언을 한다는 기획이 신선해 보여요. 다른 세 MC와의 호흡은 잘 맞나요?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다른 출연자들 이름을 보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신동엽을 비롯해 가수 성시경, 기자 출신인 허지웅과의 조합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신동엽은 한국에서 정평이 난 예능인이잖아요. 함께 방송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어요.

신동엽하고 함께 방송하는 기회가 왔을 때 거절하는 방송인은 거의 없을 걸요. 배울 점이 워낙 많은 사람이라 방송하는 동안에도 그가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해요. 대화를 이끄는 방법, 적절한 시점에서 터뜨리는 개그, 방송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울 게 많아요. 신동엽이 지나가는 말로 해주는 얘기도 귀담아 듣거든요.

(이날 신동엽은 술 취한 여자 목소리를 흉내 내는 샘에게 “너무 또박또박 말하면 안 돼, 흐느적거리면서 빠르게 넘겨야지”라며 방송 중에도 ‘코치’를 해주었다. 샘의 성대모사가 자연스러워지자 신동엽은 “바로 그거야! 연기를 그렇게 하라고”라며 발전하는 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방송에 녹여냈다.)

방송국 밖에서도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데 감사할 따름이죠.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제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허지웅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날카롭고 예리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성시경은 매끄럽게 진행을 잘하는 것 같고요. 아직 방송 초반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더욱 각각의 개성이 잘 살아날 거라 봐요.”

<마녀사냥>은 19금 코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자’, 더 나아가 모든 연애 초보들을 위해 연애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너의 곡소리가 들려’ 코너에서는 ‘마녀’에게 당한 남자들의 사연을 들은 출연자들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별한 해결책없이 그들만의 수다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네 남자가 듣고 경험한 온갖 연애 경험이 총망라된다. 이날도 방송 내내 아슬아슬한 수위를 오가는 농담과 질펀한 이야기가 네 남자 사이에서 오갔다. “아, 오늘도 방송 분량을 못 뽑겠군요”라고 자조하면서도 19금 개그를 즐기는 이들의 대화가 <마녀사냥>의 매력이다.

<마녀사냥>의 ‘마녀’는 남자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홀리는 등 남성들이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여성들을 지칭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샘에게도 마녀로 기억되는 여성이 있나요?

“굳이 마녀라고 하긴 그렇지만… 젊었을 때 마녀 한 분을 만났어요. 만나는 동안에는 저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잘해주다가, 안 만나면 연락이 뜸하고 아예 무관심해지는 여자였어요. 놀 때는 신나게 같이 놀다가 돌아서면 무심한 태도에 혼란스러웠죠.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소위 말하는 어장관리를 당한 것 같아요.”

MC들이 시청자의 연애 고민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던지잖아요? 실생활에서도 연애코치를 잘하는 편인가요?

“연애 상담을 하러 오는 친구가 많은 편이었죠. 그런데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어요. <마녀사냥>처럼 ‘이 남자 왜 이런 행동하는 건가? 나를 좋아하긴 하나?’라는 물음이 많았죠. 친구들에게 남자 입장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줬어요. 고맙다며 조언을 그대로 따르는 친구도 있고, 고집을 부리며 제 말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데 웬만큼 제 조언이 적중하는가 보더라고요. 조언을 들은 친구들이 ‘샘, 네말대로 했더니 잘됐어. 고마워’라고 말하더군요. 반대로 제 말을 듣지 않은 친구들은 ‘네 조언을 따랐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라고 후회하더라고요. <마녀사냥> 방송에서도 친구들에게 조언해줬던 경험을 살려서 하고 있어요.”

“친구들에게 연애 조언 곧잘 했죠”

친구들에게 연애 조언을 해줄 정도면, 연애에 선수 소리를 들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마녀사냥> 촬영을 하면서 보수적이란 얘기를 들었어요. 이성을 만나는 데는 선이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연애는 두 사람만의 관계이지만, 남녀가 사랑하면서 선을 넘어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마녀사냥> 촬영 현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신동엽이 대화 흐름을 주도하고, 그 사이를 쉴 새 없이 치고 들어오는 성시경과 허지웅 사이에서 언제 말할지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신동엽은 샘 해밍턴에게 “지금 말할 타이밍 기다렸다가 치고 들어오는 거지? 영악한 것”이라며 틈틈이 그가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JTBC <마녀사냥> 정효민 PD는 샘 해밍턴의 ‘조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외국 연예인이 샘 해밍턴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녀사냥>은 쇼호스트 없이 MC 넷이서 주고 받는 방송이기 때문에 대화의 맥락을 잘 짚어내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샘의 호흡은 굉장히 좋다. 남자들끼리 술자리에 모여서 뒷담화로 쏟아낼 만한 대화를 모두 이해하고 할 말을 던진다. 똑똑한 친구다.”

‘연애 토크쇼’는 처음일 텐데, 다른 방송과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다른 MC들의 대화를 끊고 들어가야 하는데 매끄럽게 대화를 치고 빠지기가 쉽지 않네요. 오늘이 네 번째 촬영인데 전보다는 MC들 간에 호흡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역할이 길고 오래 말하는 데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짧게 말하더라도 샘 해밍턴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날 촬영현장에서 다른 MC들이 줄곧 앉아서 방송을 진행한 데 반해 그는 벌떡 일어나 상황을 직접 재연하는 등 ‘샘 해밍턴’만의 예능을 보여줬다.) <마녀사냥>은 팀워크가 좋아야 하는 방송이에요. 네 명 모두의 개성이 살아야 방송이 살아요. 방송을 위해 발전시킬 부분은 개선해나갈 거예요.”

<진짜 사나이>란 프로그램이 샘 해밍턴을 재발견하게 만들었는데, 처음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어땠나요?

“별 생각 없었어요. 주말예능인데다 한 달에 한 주만 촬영하면 되니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어요.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로망이 있지 않나요? 총 들고 사격하는 거 좋아하고, 탱크 한번 타보고 싶어 하고. 호주는 모병제이다 보니 군대 근처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모든 남자가 군대 얘기를 하잖아요. 술 마실 때마다 군대 얘기 나오는데 저만 못 끼어드는 게 아쉬웠어요.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고 공감도 잘 안되고요. 방송 출연을 계기로 군대를 체험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쁘지 않을 거는 예상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논산훈련소 내려가기 2~3일 전부터 ‘내가 이 힘든 걸 왜 하려 했지’ 하고 엄청 후회했어요. 그러다 5분 정도 지나면 ‘아, 재밌겠다’라고 마음이 바뀌고 기분이 오르락내리락(오락가락) 했어요. 촬영하면서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함께 출연한 연예인들과 짧은 시간 동안 동고동락하다 보니 끈끈한 정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방송을 몇 년 하더라도 <진짜 사나이>만큼 친해지진 못할 거예요. 보통은 방송 끝나고 ‘잘했다’ ‘수고했다’ 이러고 헤어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진짜 사나이>는 함께 자고 먹고, 훈련 받으며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도 다른 출연자 장점을 찾고, 단점을 참는(?) 재미가 있죠.”

(왼쪽부터)공동 MC 허지웅·신동엽·성시경과 방송을 하는 샘 해밍턴. 네 명의 MC가 자유분방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남녀의 솔직한 심리를 파헤친다.

“‘대세남’ 수식어 부담스러워”

방송을 보면 눈물을 많이 흘리는데, 원래 울음이 많아요?

“원래 눈물이 많긴 한데, 이상하게 군대 안에서는 눈물이 더 많이 나오더라고요. 슬픔·행복·즐거움 등 온갖 감정이 군대에서는 더 솔직하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울음을 몇 번 참았더니 어머니께서 ‘참지 마. 참아서 뭐 하려고 그래’ 하셨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눈물을 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아서 특별히 좋은 점도 없지 않나요.”(웃음)

샘 해밍턴은 2005년 KBS <개그콘서트> 특채로 데뷔했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건 1998년. 호주 스윈번공과대학교에서 고려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왔다. 2~3년 정도 머물다 호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다 2005년 방송인으로 데뷔할 기회가 찾아왔다. 개그맨 김준호가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캐스팅되어 <개그콘서트> 팀에 합류했다.

<개그콘서트> ‘인터뷰’ 코너에서 외신기자로 출연하며 2년간 고정출연을 했다. 이때 ‘대한민국 1호 외국인 개그맨’이란 호칭을 얻었다. 긴 무명시절을 견디고 방송생활 8년 만에 얻은 깜짝 인기를 그는 꽤나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 “‘대세남’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라며 손사래를 치는 그는 요즘의 인기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세남’이라고 하던데, 인기를 실감하세요?

“선물이나 팬레터가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방문자가 대거 늘어났어요. 며칠 전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데 길가에 계신 할머니가 ‘어, 샘 해밍턴이네’라며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대여섯 살로 보이는 꼬맹이가 와서는 ‘<진짜사나이> 샘이다’라고 알은척을 한 적도 있어요.

최근 방송된 내용을 줄줄이 다 읊고, 방송에 나왔던 노래까지 다 따라 부르는데 ‘어라, 진짜로 인기가 장난 아닌데?’ 싶더라고요. 한번은 방송에서 팬티가 찢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주변 꼬마들이 ‘팬티 찢어진 아저씨’로 기억하더라고요. 제 이름은 몰라도 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기억해주는 걸 보며 ‘방송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샘의 어떤 모습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 같나요?

“요새는 방송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잖아요.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꾸미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말이에요. 팬들이 제 솔직한 모습을 좋게 봐주는 것 같아요. 특별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진 않아요. 예능을 할 때도 ‘여기선 이렇게 살려야지’라고 의도하고 행동하기보단 제가 느낀 그대로를 행동하고 표현해요.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느껴봤고 공감했던 것들이기에, 제 말과 행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라 생각해요.”

호주에 있는 가족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 못하는 것 같아요. 가족들은 한국말을 못하니 제가 하는 말을 듣곤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예요. 어머니는 호주에서 한국사람 만나면 ‘내가 샘 해밍턴 엄마인데’라며 제 이름을 팔고 다니시더라고요.”

샘 해밍턴의 어머니 잰 해밍턴은 호주에서 유명한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 PD다. 어머니의 영향 아래 그는 다섯 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2005년 한국에서 방송 생활을 시작한 샘 해밍턴은 공백기간 동안 한 라디오 방송에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TBS <드라이브 타임>의 녹화 현장.

현재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데 어머니의 영향이 컸겠네요?

“어렸을 때부터 방송과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방송 환경에도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쉬면서 해라’라고 말씀하세요. 한국과 호주의 방송시스템이 너무 달라서 하는 얘기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만드시는 호주 방송만 보더라도 방영 3개월 전에 미리 찍고, 연말에는 몇 주씩 쉬곤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한국 방송 환경이 호주에 비해 워낙 빡빡하다 보니 이해를 잘 못하시는 것 같아요.”

한국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것만은 정말 좋다’ 싶은게 혹시 있나요?

“한국의 온돌을 특히 좋아해요. 나중에 호주에 돌아가더라도 온돌을 들고 가고 싶을 정도예요. 온돌이 없는 호주에서는 겨울에 난방을 해도 무언가 쌀쌀하고 춥거든요. 그에 반해 온돌은 뜨끈뜨끈하고 훈훈해서 정말 좋아요. 겨울에 온돌바닥 위에서 잔 적도 여러 번이에요. 또 한국 고깃집도 정말 좋아해요. 호주 사람들도 고기먹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 고깃집을 호주에 그대로 옮겨다놓고 싶어요.”

아직까지 이해하기 힘든 한국 문화가 있나요?

“한국 사람들은 희한할 정도로 직장 동료와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는 것 같아요. 호주에서는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가족하고 시간을 보내고 밥 먹는 게 일반적이에요. 한국에서는 일이 끝난 후에도 같이 밥 먹자고 동료를 붙잡잖아요. 회식 문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봐요.

일이 끝나면 함께 일한 동료보다는 가족이 보고 싶고, ‘같이 일하지 않은’ 내 친구들을 만나 놀고 싶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높으신 분이 ‘밥 먹자’고 하면 눈치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알겠습니다’ 하고 따라가야 하고, 그분들이 ‘일어나자’고 할 때까지는 집에도 못 가고. 호주 문화와는 확실히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 온돌·고깃집 호주 가져가고파”

이태원에 차린 컵케이크 가게도 덩달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죠?

“지난 6월 이태원에 컵케이크 가게를 열었어요. 방송 활동과는 별개로 차린 집이에요. 방송 후 컵케이크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서 적잖이 놀랐어요. 맛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싶은데, 손님들이 ‘샘 해밍턴이 운영하는 집’이라는 이유로 찾아와서 고민스러워요. 요새는 바빠서 가게에 잘 못 들르지만 전에는 1주일에 두세 번은 갔어요. 방송에서 보셨겠지만 제가 먹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앞으로는 제 이름 때문이 아니라 맛있어서 찾아오는 가게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외국에서 방송을 해볼 생각은 없나요. 타 방송에서 ‘최종 꿈은 정치인’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어떤가요?

“기회가 된다면 호주나 다른 나라에서도 방송을 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벌써부터 미래에 내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정치인도 언젠가 되고 싶은 최종 꿈일 뿐이지 당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니에요. 사실 지금 하고 있는 방송 일도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호주로 돌아갈지 한국에 계속 살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렇지만 기회가 오면 어떤 일에든 도전할 거에요.”

방송 말고도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또 있나요?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스릴러물에서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이요. 예능을 했으니 코믹물에 출연하는게 쉬울 수 있겠지만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비슷한 일에 안주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코믹물 출연 제안이 들어오면 당연히 할 거지만요.”(웃음)?

김슬기 월간중앙 기자

온라인 중앙일보·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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