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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정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벌써 오래 전의 일이지만 중학교에 다니느라고 효자동에서 청와대 앞을 지나 화동으로 가는 고갯길을 매일 오르내렸었다.
나는 그 길을 좋아했다. 통행인이 그리 많지 않고 경복궁의 우거진 나무들이 담 너머로 연해있고 짧긴 하지만 은행나무의 가로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그 길을 즐겨 걷는다. 이번에 서울시에서는 많은 예산을 도궁역 가로수를 정비한다고 한다.「플라타너스」를 없애고 은행나무와 수양버들과 벚나무 등 4만6천 그루를 5년 내에 심어 서울은 수도로서 더 우아한 모습을 갖게될 것이라 한다.
사실 근년에 와서 서울시는 분수도 여러 곳에 설치하고 녹지대의 꽃들을 계절 따라 갈아 심고 도시의 미관을 배려하느라고 애쓰고 있음을 시민들은 알고 있다.
관광객이 해마다 많아지고 국제적인 모임과 행사가 자주 있게됨에 따라서 외국인에게 주는 한국 수도의 인상도 고려에 넣었을 것이다. 사실 번잡하기만 하고 온통 인공적인 것으로만 가득 찬 도시에 가로수는 하늘을 가는 구름과 함께 우리마음에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준다. 라틴의 가로수는 대부분이「마로니에」로 기억하고 있다. 수직으로 뻗은 검은색의 가지에 황갈색의 잎으로 덮인 가로수가 음산한 안개 속에서 퍽 아름다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공원과 대로변 녹지대의 화초들이 그 색의 미려함으로 행인의 발을 멈추게 한다. 그것은 화초가체의 색의 아름다움과 배열에서 오는 조화인 것이다. 이러한 경원 관리에서도 우리는 그 나라 국민의 감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가로수를 정비함과 동시에 녹지대화초에 대해서도 좀더 섬세한 배려가 있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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