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파트 속 친환경장터, 좋은 먹거리 싸게 사고 덤으로 일자리 생겼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구 율하동 ‘안심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매장 앞에서 ‘2013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기념 잔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돼지고기가 참 좋네. 싱싱한 채소도 많고….”

 지난 12일 오후 5시 대구 율하동의 한 가게.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이숙희(38·여)씨가 삼겹살·목살 1㎏(2만원)과 모둠쌈채소 300g(2400원)을 바구니에 담았다. 이씨는 “야외에 풀어놓고 쌀겨 등을 먹여 기른 흑돼지 고기”라며 “싱싱한 친환경 농축산물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팔아 항상 이용하는 데 아파트단지 내 상가에 이런 가게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이름은 ‘땅이야기’다. 채소·과일·반찬류·곡류 등 농산물과 축산물, 공산품 등 600여 품목을 판매한다. 경북 봉화 고사리와 방목한 흑돼지, 상주 모동 포도, 의성 마늘과 고추 등 친환경 농산물이다. 저녁 무렵이면 66㎡의 작은 매장은 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북적거린다. 매장 옆에는 ‘사람이야기’라는 카페도 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카페에선 매장을 찾거나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곤 한다.

조합이 산지서 직접 사다 팔아 믿고 거래

 ‘땅이야기’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농산물 직거래 매장이다. 주민들이 설립한 ‘안심협동조합’(대표 유길의)이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구매, 다른 친환경 농산물 매장보다 10% 이상 싸게 판매한다.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는 비결이다.

 지난해 월평균 2410만원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283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덕분에 정규직원 4명과 계약직 2명 등 6명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수익금으로 마을 음악회를 열고 저소득층에 연탄을 전해주는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안심협동조합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일 안전행정부 주관 ‘2013년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익으로 마을음악회, 저소득층 연탄 지원

 안심협동조합은 2011년 12월 만들어진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가 모태다. 협동조합의 안상진(38) 사무국장 등 동구지역 시민운동가 10여 명이 모여 ‘로컬푸드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싱싱한 친환경 농산물을 싸게 공급하자는 것이었다.

 콘크리트 빌딩이 숲을 이룬 아파트 단지이지만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면 살맛 나는 곳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종잣돈은 일단 주민들의 출자금으로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사람들 사이에도 견해가 엇갈렸다. 안 국장은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자금 마련 방법, 매장의 규모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해 ‘일이 제대로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계획을 설명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결국 안 국장 등의 열의가 통해 출자금이 모였다. 주민 45명이 10만~100만원씩 내 2000만원이 모였지만 매장을 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마을기업을 선정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여기에 신청해 지난해 5월 선정됐다. 종잣돈 2000만원에 지원금 5000만원을 합친 7000만원으로 매장을 열었다. 지난 5월에는 운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법인인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바꿨다.

월 2800만원 매출 … 매장 2곳 늘리기로

 이곳의 품질 관리는 철저하다. 조합의 구매 담당 직원이 현장을 방문해 반드시 품질을 확인하고 물건을 산다. 당일 수확한 싱싱한 농산물들이다. 농산물의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출자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매장에는 장을 보러 나왔다가 즉석에서 조합원(한 계좌에 2만5000원)으로 가입하는 주민도 많다. 2만5000원부터 200만원까지 낸 출자자가 현재 328명에 이른다.

 조합 측은 지난 14일 매장 뒤 테라스에서 잔치를 열었다. 안행부 최우수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잔치에는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해 기쁨을 함께했다. 조합 측은 지금까지 10여 차례 주민을 초청해 이곳에서 ‘마을행복음악회’도 열었다. 주민과 함께 김치를 담가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고 연탄도 기증했다.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는 체험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안심협동조합 유길의(47) 대표는 “더 많은 주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동구지역에 매장 2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조합원을 1000명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