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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참사의 내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춘천 소양호에서 나룻배가 뒤집혀 31명이 익사하는 참변이 또 일어났다. 이번 참변도 그 원인을 캐고 보면 사회의 저변을 도도히 휩쓸고 있는 인명경시의 풍조와 이를 단적으로 증명이나 하듯 소홀하기 짝이 없던 당국의 선거 안전관리대책에 있었다고 단언 할 수 있을 듯 하다.
도선 업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규정해 놓은 도선업 단속법 시행령만 깍듯이 지켰다 하더라도 명문으로 규정돼 있는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위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가축(소)을 격리시설 없이 그대로 나룻배에 승선 시켰을 리 없었을 것이요, 하물며 사람을 수십 명씩이나 실어 나를 정기 도선에 구명대하나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뿐만 아니라 이번 참변을 빛은 나룻배는 사인도 아닌 행정기관 자체가 직영으로 움직이던 것이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관사, 보조승무원 할 것 없이 모두가 무자격자들이었다는 소식은 더군다나 충격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는 각종의 끔찍한 교통사고를 비롯하여, 거의 월례행사처럼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각종 사회적 참변의 특징을 살펴본다면 요즘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인명피해가 대량화하는 뚜렷한 경향이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사고원인의 태반이 법규로써 정해진 안전대책이나 기준조차를 당국자 스스로가 어김으로써 발생하고있다는 놀라운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먼 과거를 들출 것도 없이, 금년 들어 일어났던 사회적 대 참변 몇 가지만 열거할 때에도 얼른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지난 3월17일 창령에서 일어났던 「버스」추락사고(12명 사망), 4월9일의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33명 사망), 7월20일의 고령 금산재 버스 추락사고(24명 사망), 8월22일의 추풍령 경부고속도로「버스」추락사고(25명 사망), 9월17일의 양산 버스 추락사고(13명 사망), 9월20일의 대관령 버스 추락사고 (14명 사망), 그리고 아직도 국민의 추억에 생생한 지난 10월15일의 모산 건널목 버스 열차 충돌사고(46명 사망), 10월17일의 중앙선 터널 내 열차충돌사고 (14명 사망), 10월29일 인천제철의제선로 폭발사고(10명 사망) 등등이 모두 그 좋은 본보기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최근 이처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고가 날로 더 비참해져 사회적 참변이라고까지 부르게된 요인을 근본적으로 구명해야 할 과제 앞에 놓이게 된 셈이다. 그것은 한마디 최근 수년 동안에 이루어진 급격한 경제성장의 표현으로 각종 운송수단이 수적으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그 성격에 있어서도 전일에 비할 수 없는 고속화·대형화의 물결이 일고 있으나, 이러한 발전에 발맞추어야 할 안전사고 확보에 대한 배려나 그에 상응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전혀 균형을 이루지 못한 데에 근원적인 비극의 씨가 뿌려져 있다할 것이다.
다시 말하여 먼저 발전시키고 나중에 복지대책을 세우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극적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금년에 잇따라 일어난 큼직한 참변을 통해 정부당국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발전과 복지가 균형 있게 마련되지 못한 데에서 인간경시, 혹은 인간부재의 교통행정이 빚어지며 날로 대량화하는 교통참변에 이제는 속수무책 상태가 활성화할 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각종 사회적 대 참변을 보고 ,그때그때 그 사후 수습에만 골몰하다가 그 고비만 넘기면 또다시 전철을 되풀이하는 안일을 이제는 지양할 때가 온 것이다.
정부는 이번 소양호 참변을 계기로 그것이 결코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참변을 자초한 것임을 명심하고 앞으로 모든 사고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경제투자계획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전반적인 재점검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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