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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등급 떨어졌다" 비관 佛 최고요리사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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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 요리사의 죽음이 프랑스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프랑스 최고 요리사 중 한명인 베르나르 루아조(52)가 24일 부르고뉴 지방의 자택 침실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그가 쓰던 사냥총이 떨어져 있어 경찰은 일단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루아조는 프랑스 최고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으며 미국 뉴욕 타임스 1면에 소개될 정도로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였다. 식당과 호텔 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주식시장에 상장된 베르나르 루아조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기도 했다.

17세이던 1968년 처음 요리를 배워 3년 만에 요리사 자격증을 따낸 루아조는 82년 부르고뉴 지방에서 식당을 겸한 호텔인 '코트 도르(황금해안)'를 인수했다. 코트 도르는 91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개' 평가를 받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루아조는 이 같은 성공을 발판으로 식품 판매업에도 진출했으며 주방기구.요리서적 판매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2001년 1백90만유로(약 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베르나르 루아조사는 이후 계속된 주가 하락으로 자금 사정에 곤란을 겪어오다 올 들어 겨우 상승세로 돌아섰다. 루아조는 최근 고미요 가이드가 17점으로 식당의 등급을 낮추자 이를 비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요리업계 인사들은 그가 "내 식당의 등급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루아조의 친구이자 프랑스 최고 요리사 중 한명인 폴 보퀴즈는 "음식에 대한 기계적 평가가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아갔다"고 한탄했다.

장자크 아야공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25일 "루아조는 영원한 요리의 명인이자 지칠 줄 모르는 사업가였다"고 애도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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