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투자전략,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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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9.05포인트 오른 2013.37로 장을 마감한 16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201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뉴스1]

김모(35)씨가 시황을 들여다보며 주식과 펀드를 청산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건 코스피가 1950을 돌파한 지난 6일부터다. 11일 2000을 돌파하자 고민은 더 깊어졌다. 김씨는 “늘 2000 부근에서 꺾이지 않았나.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다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경험이 많다 보니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이라 불리는 2000을 넘어서면서 김씨처럼 보유 주식과 펀드를 청산할지 고민하는 이가 많아졌다. 13일 2000 아래로 주저앉았던 코스피가 16일 다시 2000 위로 올라서면서 더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이 결정을 하려면 2000을 넘어선 코스피에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

양적완화, 독일 총선에 조정 가능성

 본지가 16일 5대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추석 이후 코스피 전망을 물은 결과는 평균 1920~2150 선이었다. 연말까지 230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단기적으론 미 연준의 양적완화 결정과 독일 총선 결과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추가 상승 여지도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그 이유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3일 이후 16일까지 17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여 왔다. 외국인들이 이같이 장기간 순매수세를 지속했던 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다섯 차례 있었다. 하지만 7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순매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를 이끌고 있는 미국계 자금은 그간 수개월 동안 매달 1조원 이상의 순매수세를 유지하는 투자 패턴을 보여 왔다”며 “추석 이후 추가 유입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추가 상승 여지 있다” 한 목소리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신흥국 시장 중 유독 한국에서만 도드라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이후 신흥국 시장에서 122억 달러의 자금이 이탈한 반면 한국 시장에선 오히려 5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해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발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은 전 업종에 걸쳐 고른 매수세를 보인다. 이는 특정 업종이 아니라 한국 시장 자체에 투자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환매 대신 보유를 택한다고 해서 그대로 들고 있으라는 뜻은 아니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지 않는다면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보다 오히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

코스피 1920~2150선 형성할 듯

 주식 시장에 남을지는 외국인을 보고 결정했지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땐 국내 기관투자가를 따르는 게 낫다. 현대증권이 코스피 종목을 42개 분야로 나눈 뒤 2주 간격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수급이 몰린 상위 5개 섹터를 선정해 이들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그렇다. 지난해 이후 누적 수익률 기준으로 외국인 수급 트렌드를 추종한 수익률은 -11.7%에 불과했지만 국내 기관 수급 트렌드를 추종한 수익률은 32.3%를 기록한 것이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전 업종에 걸쳐 고르게 매수하는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시기에 따라 특정 업종에 베팅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큰손이 단기간에 매수를 집중하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때 그 흐름을 타면 추가 수익을 얻는 건 당연한 이치다. 임 연구원은 “최근 3주간 기관의 순매수가 집중되는 업종은 은행과 철강, 기계, 건설, 화학 등”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기관의 매수가 집중되는 업종이 주당순이익률(PER)은 높고 자가순자산비율(PBR)은 낮은 업종이라는 분석도 있다. PER과 PBR 모두 주가가 회사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PER은 현재 수익성을 나타내고, PBR은 향후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의 매수가 집중된 업종은 화학·철강·조선 등 경기민감주로 대표적 고PER 저PBR 종목”이라며 “현재 업황은 어렵지만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 수익 낼 여지가 많은 업종”이라고 말했다.

기관들 사는 은행·철강·기계·화학 주목

 펀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펀드는 지수 변동성에 따라 매도·매수하는 단기 대응 상품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지수 변동에 따른 수익률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데다 환매에 따른 각종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코스피 2000 돌파 전후로 펀드 환매가 늘었다고 덩달아 청산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며 “3~4개월에 한 번씩 점검해 수익률이 저조한 건 청산하고 좋은 건 목표 수익률 등을 감안해 투자 기간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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