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2 타이타닉호, 건조비 1.3배 8666억원 들여 바로 세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이탈리아 질리오섬 인근에서 좌초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항공 촬영 모습. 인양 작업에 앞서 한쪽 면에 대형 콘크리트 박스를 부착한 상태다. [질리오 로이터=뉴스1]

지난해 1월 승객과 승조원 4252명을 태운 채 이탈리아 질리오섬 인근에서 좌초한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제2의 타이타닉 비극’으로 불린 이 사고로 3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실종자의 시신이 이르면 오늘 발견될지도 모른다. 사고 20개월 만인 16일(현지시간) 콩코르디아호를 똑바로 세워 인양하는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작업은 이날 오전 9시쯤 시작돼 6시간 만에 선체를 바닥에서 떼내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선체를 90도로 똑바로 세우기까지 총 10~12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무게가 11만4000t에 이르는 초대형 유람선을 일으켜 세우는 유례없는 작업인 만큼 인양팀은 지난 20개월간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선박이 기울어진 반대쪽에 물을 채운 대형 철근콘크리트 박스를 여러 개 부착하고 이에 연결된 케이블을 당겨 배를 똑바로 세우는 작업을 벌였다. 이후 반대쪽에도 물이 든 같은 박스를 부착한다. 배가 안정적으로 똑바로 서면 양쪽 박스에 채운 물을 빼 그 부력을 이용해 가라앉은 배를 띄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케이블이 끊어지는 등 변수로 선박이 더 깊이 가라앉거나 파손된다면 또 다른 재앙이 예상된다. 침몰한 콩코르디아호 내부는 부패한 식품과 각종 물품·기름 등으로 크게 오염돼 있다. 선박이 계획대로 인양되지 않을 경우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프랑코 포르셀라치아 인양팀장은 BBC에 “인양 과정에서 오염물질 유출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번에 실패하면 플랜B(대안)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총 인양 비용은 6억 유로(약 8666억원)에 달해 콩코르디아호의 건조 비용(4억5000만 유로)보다 더 많다. 인양이 마무리되면 콩코르디아호는 인근 시칠리아 항구로 이동해 수리 후 재가동할지, 고철로 폐기처분할지 정해진다.

 콩코르디아호는 지난해 1월 13일 저녁 라치오주(州) 치비타베키아 항구에서 출발한 지 3시간여 만에 티레니아해 질리오섬 인근에서 암초와 충돌해 좌초됐다. 당시 승객들이 배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먼저 대피한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는 과실치사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