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과 멋의 추구…박노수 작품 전

언제 어디서보나 박노수씨의 그림은 안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 한다. 그만큼 그의 그림 솜씨는 난숙해있으며, 또 어떤 의미(기술) 에 있어서는 멋들어지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그에게서 무언가 새롭고 멋진 그림이 탄생할 것만 같은 두근거림을 갖게 되는데 아닌게 아니라 그는 몹시 이런 점에 신경을 쓰고있는 것 같다.『소년』『백노』『소년행』『비마』같은 작품은 그런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언젠가 다른 지면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우리시대의 전통화라는 것은 결국 가장 바람직한 수정, 즉 전통의 수정주의가 오늘의 한국화의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앞에 예거 한씨의 신작들은 무언가 이러한 흔적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씨의 작업은 단순히 서양화의 기법을 동양화적 재료로 실험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소년』이나『비마』같은 작품은 씨의 안정된 작품의 세계에 있어서는 하나의 실패작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원인은 결국 씨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동양화의 교조적 원리인 절대의 표상이 약화되어 있는 탓이며, 특히 그러한 경향은 씨가 수정을 택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실상수정적 작업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난제는 절대 즉 중용분할을 어떤 모습으로 옮겨올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이러한 의도를 저버렸을 때 우리는 흔히 전통화에 있어서 재료나 기법상의 수정만을 보게되는 것이다.
아마 씨가 즐겨 그리는 그림들, 즉 산수를 소재로 한 그림들도 엄격하게 말해서 아주 불안하게 보인다. 그것은 그가 동양화의 패턴 위에서 하나의 올피즘을 추구함으로써 무언가 중용분할 을 약화 내지는 상실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그의 세련된 정서를 풍기는 그림들이 예술의 놓은 경지를 뜻하는 정서에 우리를 안내하면서도 어딘가 일상성으로 타락시키는 위험을 엿보게 됨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6일까지 신세계화랑) 박용숙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