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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사기 경마|김동리<작가·문협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취미를 곁들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엔 등산·낚시 따위도 생각해 봤지만 사실상 어렵고, 결국 경마라도 해야겠다고 택한 것은 나를 아끼는 친구의 권고 덕택이다.
첫해엔 경마 자금이랍시고 하루에 1천원씩, 다음해엔 2천원으로 오르고, 작년엔 5천원까지, 그리고 올해엔 1만원쯤 가지고 나가는데, 돌아올 땐 빈 주머니가 되기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요즘「사기 경마」라는 신문 기사가 종종 난다. 말에 수면제를 먹였다는 등, 기수들끼리 짰다는 등. 그래서 경마는 협잡이다 사기다 하고 분개하는 시민들도 많겠지만, 정작 경마장엘 다니는 사람들은 당일의 직접 피해자 이외엔 속으로 코웃음치기 일쑤이다. 여기서 남는 문제는 둘이 된다. 그런 줄 알면서도 왜 다니느냐와 시정할 길은 없느냐는 것이다. 첫째에 대해, 나의 경우는 이렇다. ①술 담배가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끊기 어려운 거와 같다.②경제적으로는 손실이지만「취미를 곁들인 운동」은 된다. ②경마 그 자체는 철저한 부조리지만, 그것은 완전히 나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경마장엘 가고 안 가는 일, 마권을 사고 안 사는 일, 적게 사고 많이 사는 일, 일체 아무런 제약도 부담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철두철미 부조리의 광장이다. 나는 이 부조리에 도전하는 자유에 유혹을 느낀다.
둘째인 시정하는 길. ①기수들을 가령 A반 B반으로 나눈다. A와 B를 교대로 1주일 또는 그 이상 기간, 경주 날까지 합숙을 시키고, 일체 외부 인사와의 접촉(전화·가족까지)을 엄금한다. ②고객 대표단으로 감찰 위원회를 만든다.
방법은 그날 그날의 입장권 번호로써 정한다.
정원은 약간명, 임기는 하루. 이밖에도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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