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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1,300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29일 인천 제철의 제선노가 터져 또 다시 10명이 떼죽음을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섭씨 1천3백도의 고열에 용해된 약 20t의 쇳물이 쏟아져 공장 안이 삽시간에 심한 열기와 유독「개스」의 도가니 속이 되었다.
꼭 연옥의 아비규환과 같은 광경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부상자만도 30명이 넘었다.
사람은 신체의 전 면적의 40% 이상에 화상을 입으면 죽는다. 또는『9의 법칙』이라는 것을 따른다. 곧 머리에 9%, 말에 9%, 가슴에서 배 쪽까지에 9%, 허벅지에서 무릎까지에 9%, 도합 36%가 넘으면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1천3백도의 열에는 사람의 몸이 화상을 입기도 전에 숨이 막혀 죽는다. 70도 정도의 온천물에도 숨이 막힐 듯 한 것으로 미루어 볼 수 있다.
태양의 중심 온도는 약 1천5백만도 나 된다. 따라서 지구에서 고도 20만m의 상공에 오르면, 곧 그만큼 태양에 근접하면 온도도 2천도가 넘게된다.
1천도가 넘으면 무쇠는 물론이고, 금이나 백금도 녹아버린다.
이런 고온 「개스」가 지구를 감싸고 있으면서도 죽지 않는 것은「개스」의 밀도가 그리 대단찮기 때문이다. 그것은 똑 같은 1백도라도 물일 때는 큰 화상을 입지만 바람일 때에는 견딜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번 사고에서는 그러나 짙은 「개스」가 따랐다. 그것은 연옥 이상이었을게 틀림없다.
불화에 흔히 그려져 있는 연옥의 불빛은 그저 붉기만 하다. 별로 열도가 대단치 않다는 얘기가 된다. 고온이 될수록 적색에서부터 황색, 백색으로 빛깔이 바뀌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연옥에서는 당장에 사람을 태워 죽이지도 않는다. 업화의 괴로움을 상정하는 열탕 솥에 담근다는 설화도 있지만, 그 온도도 고작이 1백도 이내 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옛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열도의 한계는 1백도를 넘지는 못했다. 이보다 13배가 넘는 열도가 어느 정도의 것인지 보통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상상하기가 어렵다.
아직 이번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진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동 공장에서는 지난 68년에도 폭발 사고로 5명이 죽었고 작년에도 같은 사고가 있었다. 외국선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기계라는 얘기도 있다. 이것도 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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