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육성방안으로서의 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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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부터 섬유류·연탄·식료품 및 용물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합병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으로 있다한다.
보도에 따르면 상공부는 중소기업 근대화촉진법안을 성안,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이며, 이를 명제로 해서 71연도 중소기업육성시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상공부는 중소기업제품의 가격안정을 기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합병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합병기업에는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조세감면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상공부는 중소기업은행지점장의 대출권한을 확대하여 융자 변의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침투방지, 중소기업의 계열화, 수출산업화와 협업화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상공부가 제시한 이러한 중소기업육성방안은 대체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망라한 것이라 하겠으며, 중소기업문제에 국한시켜 문제를 다루는 한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할 것이다. 그러나 시야를 좀더 넓혀 볼 때, 상공부의 육성방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이냐 하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남아 있다할 것이다.
우선 기업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원칙은 경쟁원리상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촉진하기 위해 조세감면·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좀더 신중히 다뤄야 할 국면을 가지고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세감면이나 금융지원이 모든 산업정책에서 만능 약처럼 원용됨으로써 오늘날에도 이미 적지 않은 모순과 혼란, 그리고 낭비가 제기되고 있음을 볼 때, 어떤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문제는 이제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라는 반성이 없을 수 없다. 종래 공개법인촉진·외자도입촉진·정책사업지원·수출촉진 등 일련의 정책추진과정에서 조세감면과 금융지원이 남용된 결과, 오늘날 일반적으로 조세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졌으며, 조세부담의 불공평성이 심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탈세를 조장하는 결과까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금융지원강화라는 구실 하에 저리융자가 대담하게 제공되고 있으나 그 대신, 자금유용을 조장하여 자금 효율을 낮추는 부작용이 크게 일고 있음을 직시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세 감극·금융지원을 넓혀간다면 결국 비 특혜 분야가 특혜분야보다도 좁아지는 결과가 될 것이며, 그렇게 되는 경우, 경제의 효율성척도는 소멸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의 계열화·협업화·수출산업화 등 정책을 어떤 수단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가도 문제라 할 것이다. 그러한 정책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유인을 제공해야 할 것도 자명한 이치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에 대해서도 또 조세특혜·금융지원을 할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러한 특혜부여를 고려하지 않고서 소기 한 성과를 실현시키려 한다면, 행정력의 구사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나, 이는 또 다른 마찰과 혼란을 유발할 뿐, 효과적인 것이 못될 것은 예측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필요할 때마다 지혜를 부여해서 정책목표를 실현시킨다는 정책자세는 이제 당연히 지양되어야 할 때가 왔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새로운 지혜를 줌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기왕에 방만하게 베풀어졌던 특혜 인을 제거함으로써 불평등 경쟁조건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보다 비용이 덜 들고 경제를 정상화하여 경제 효율을 높이는 길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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