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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의 대도시 유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 후보 지명을 끝낸 신민당은 며칠째 김대중 후보를 중심으로 대도시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 도시유세는 실질적으로 선거 선전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신민당이 너무도 일찍이 선거 「붐」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비난을 살만도 하다.
그러나 신민당의 입장에서는 오랜 진통 끝에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였는 데다가, 후보로 지명된 김 씨가 유권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우선 대통령 후보로서의 선이라도 보여야하겠다는 의미에서 대도시 유세를 벌이게 된 것이니 선거 전략상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다.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제1차로 대도시 유세를 끝낸 후에도 계속 대중집회를 통한 유세활동을 벌일 것이냐는 앞으로 좀더 두고 보아야할 일이다. 그러나 선거실시 반 년 전부터 조기선거 「붐」을 일으킨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을 위해 반드시 환영할만한 일은 안 되는 것이고, 또 신민당 자체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번 일어났던「붐」을 투표일까지 끝까지 끌고 가서 지속시길 수 없을 바에는 상당한 준비 기간을 두고 조직적인 기반 확립에 주력하다가 선거전이 임박해서 일시에 「붐」을 일으키는 것이 선거 전략상 아마도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점은 신민당 지도층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국민적 입장에서 주목을 요하는 것은 『후보등록 이전의 대통령 후보 지지 유세가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규정한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둘러싸고 빚어진 문제들이다.
선관위의 이러한 유권해석은 지난 66년에도 내려졌던 일이 있는데, 공화당은 이러한 해석이 『법 이론상 당연』하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는데 반해, 신민당은『선거를 앞둔 야당의 정치활동을 봉쇄하는 것』이라 비난하면서『그런 해석에 구애받을 수 없다』고 유세를 강행할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법 제30조는 『선거운동은 당해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로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 그 규정, 선거운동의 한계를 법으로써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문을 엄격히 해석한다면 후보 등록 전에 특정인의 당선을 호소하는 강연 등은 허용할 수 없게된다.
그렇지만 정당이 선거운동기간 훨씬 전에 대통령 후보를 지명해놓았는데 그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전에 자기의 정치적인 포부나 정책상 공약을 대중강연으로 알릴 수 없다고 하면, 정당의 정치활동이 크게 제약 당하지 않을 수 않을 것이다.
정당이란 정권투쟁의 도구이기 때문에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정치구상이나, 특정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대중전달하고, 나아가서는 특정 지도자의 「이미지」 부각을 조작해 나가야한다.
정당의 이와 같은 일상적인 정치 선전활동과 그 정당이 지명한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는 선거활동 사이에 엄격한 구분을 하고 전자는 허용하되 후자를 불허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법 이론상 당연한 것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기선거 「붐」의 조성이 선거전의 과열을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다분히 경계하는 바이지만, 정당의 유세가 정국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정도라면 사전운동 금지의 해석은 되도록 너그럽게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 문제는 법적 차원에서보다도 정치적 차원에서 원만히 해결되기를 원한다.
야당의 유세활동 개시에 대해, 공화당은『조용한 전진과 정직한 선거로 명예로운 승리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공화당의 이런 언명이 결코 말만으로 끝나지 않고, 야당활동의 자유를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으로 존중해주면서 「페어플레이」의 정신을 살려, 공명정대한 선거를 전개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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