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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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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서도 3년 후에는 지하철을 탈수 있게 된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인구가 1백만명을 넘으면 지하철을 갖는 게 현대도시의 이상으로 되어있다. 노면교통에 관계없이 고속 대량수송이 가능한 게 지하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하철도 없이 인구만 5백만으로 불어났던 수도서울의 자랑은 실상 우스운 것이었다. 오늘날 전세계를 통해 약 40개의 도시가 지하철을 갖고 있다. 뒤늦게나마 서울이 이들 대도시에 한 몫 끼게 된다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기는 하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지하철은 「런던」의 「언더 그라운드」이다. 제일 큰 것으로는 「뉴요크」의 「서브웨이」. 제일 밝고 시설이 잘된 것으로는 일본 「오오사까」의 지하철을 손꼽고 있다.
「런던」에 지하철을 만들자는 주장은 「템즈」운하가 개통된 직후인 1843년에 나왔다. 이것이 하원의 가결을 보게 되기는 10년 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설계로 지하철이 완공된 것은 이보다 또 10년 후의 일이다.
「런던」지하철의 공사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었다. 먼저 노선을 따라 지하에 홈을 파내려 갔다.
파낸 지하의 양쪽 벽을 벽돌로 쌓는다. 지붕도 마찬가지로 도리를 입히고, 벽돌을 위에 깐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흙을 덮어 통로를 만든다.
물론 오늘의 「런던·언더그라운드」에서 옛날의 모습을 찾아 볼 수는 없다. 그후 여러 차례에 걸친 보수와 현대화로 옛 노선의 대부분은 폐기됐기 때문이다.
현재의 「언더그라운드」는 곳에 따라서는 지하로 50m이상이나 깊숙이 깔려있다. 따라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2백대의 「에스컬레이터」와 94대의 「엘리베이터」가 함께 움직여야한다.
서울의 지하철은 공사기간이 3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간단하게 땅을 파 내려가서 지하철을 깔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엔 터널기술도 엄청나게 발달했다. 그러니까 그리 힘드는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왠지 이미 시내 여러 곳에 파놓은 지하도가 연상되는 것은 부질없은 걱정만일까. 조금만 비가와도 물이 괴고, 습기 차고, 악취를 풍겨 숨이 막히고, 너무 경사진 계단 때문에 곧잘 사고를 내게 하는 그런 지하도들뿐이다. 지상을 달리는 기차에도 끔찍한 사고가 곧잘 일어난다. 하물며 고속으로 달리는 지하철의 사고는 어마어마한 것이 된다는 것을 처음부터 잊어서는 안 된다. 지하철은 한두푼짜리도 아니며 한두해만 쓰고 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장구한 세월을 두고 우리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되도록 처음부터 정말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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