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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의 불씨... 목숨 값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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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각종 참사사고가 잇따르면서 사람의 목숨에 대한 배상이나 위자료의 지급문제가 새로운 말썽의 대상이 되고있다. 서울 경서중학생의 모산 건널목 참사 사고 때는 장례위 당국이 희생학생 가족들에게 모금으로 만족할만한 보상을 하겠다고 확약했는가 하면 중앙선열차 충돌사고에서는 철도청당국과 유족들 사이에 배상액수가 합의되지 않아 장례식이 연기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의 두 가지 사고에서뿐만 아니라 보안사고가 날 때마다 희생자의 유족과 가해자측 사이에는 심지어 시체를 떠메고 항의하는 등 국한의 분규를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목숨 값』이 헐값으로 다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8월21일 추풍령의 경부고속도로에서 한진고속 [버스] 전복사고가 났을 때 한진관광회사가 유족들에게 2백만원의 위자료를 낸 이래로 사람의 목숨 값이 어느덧 [2백만원대]로 올라선 셈이 됐다.
물론 인명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위자료는 민법상 소송에 의해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경비나 소송에 걸리는 시간 소요 때문에 피해당사자간에 합의하는 것을 예사로 삼고 있는데,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때 말썽을 빚기 일쑤다.
현재 가장 많은 교통사고의 손해 배상은 현행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의 적용을 받아 어느 정도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이 법으로는 지금까지 사고회생자가 가해자인 업자로부터 받는 보상은 어른이 10만원, 어린이(미성년)가 7만원이다. 이것은 너무 엄청난 싼값이다. 이는 63년부터 시행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제5조)에 의해 운수업자가 자동차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데서 자동차보험회사가 자동적으로 보상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가장이나 귀여운 자녀를 잃은 유가족에게 10만원이란 액수는 보상제도가 있다는 형식을 갖는 것뿐이지 슬픔을 달래거나 가장을 잃은 피해집안의 생계부조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희생자 유족들은 이 금액이 외에 가해자인 업자가 좀더 성의를 베풀기를 요구하는 것이며, 업자는 법으로 규정된 보상을 하면 그만이 아니냐고 잡아떼는데서 말썽이 잇따르고 있다. 대개의 경우 업자들은 10만원의 보상이외에 30만원 안팎의 금액을 위자료로 보상해 오고있다.
지난 6월 S여객은 고교1년생과 2세 된 어린이를 치어 죽인 사고 때 고교생에게는 장례비 14만원과 위자료50만원(책임보험보상 7만원 포함), 2세 된 어린이에게는 30만원을 보상하여 결국 책임보험에 의한 보상 10만원은 생명을 보상하는 것으로는 당치 않은 것임을 인정했다.
교통부는 68년에 보상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냈으나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여 자동차 보험회사는 69년9월부터 포괄보험이란 신종보험을 창설, 희생자에게 30만원까지 보상하는 길을 찾고 있으나 이 보험에 가입한 차는 도로 운송 사업법상 운행하는 전국 차량 11만대 중 70%밖에 안돼, 이에 가입하지 않은 30%에 해당하는 차에 탔던 희생자는 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에 있다.
이 때문에 지난번 추풍령 교통사고 때 가해자인 한진관광측이 1구당 2백만원의 위자료를 보상한 것이며 그 뒤 지난 9월27일 대관령 [버스] 전복 사고 때는 희생자 유족들이 2백만원의 위자료를 요구, 결국 회사자산이 있는데 까지 지급하여 l구당 60만원에 낙착되기도 했다.
자동차 보험회사의 통계로는 책임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11만대 중의 91%이며 나머지 9%는 그나마 여기에도 들어있지 않다.
이 9%의 차량은 1년에 1회에 1만8천5백원, 2회에 1만6천2백원, 3회에 1만6천3백60원 등 모두 5만l천60원을 내면 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피해자의 구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낙반사고·감전사고 등 갖가지 보안 사고나 과실치사상 사고에 있어 피해자측과 가해자 사이에 원만한 타협을 못 보는 경우엔 손해배상액 문제가 법정으로 번지게 된다.
손해배상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보상받는 위자료(적극적인 손해)와 앞으로 벌 수 있는 수입에 대한 배상(소극적인 손해)으로 나누어지나 금액결정에는 사고당시 피해자의 연령·직업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게된다.
직업이 있을 경우는 정년퇴직연령과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평균여명을 계산, 매월 받는 월급(사업인은 월수입)에서 생계비, 각종 공과비 등 필수지출액을 공제한 나머지 순수입을 정년퇴직 때, 또는 평균여명 때까지의 몫을 한꺼번에 받게 된다.
일시 지불의 경우는, 받은 측에서 중간 이자까지 받는 이익을 보게 되므로 연5%의 중간이자(법정이율)를 공제하기 위해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르게 된다.
미성년이거나 직업이 없을 때는 노무자로 간주, 관계부처의 자료에 의한 월수입을 인정받게된다.
위자료의 경우는, 손해배상보다 피해자의 학력·가정환경·사회적 지위 등 주관적인 입장에서 금액이 결정된다.
국가상대의 각종손해배상사전에서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나 최고 1천여만원에시 최하 20만∼30만원까지 이르고 있다.
차량에 의한 손해배상사건은 평균 60만∼70여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시외전신전화국 화재사건 때 4, 5층에서 추락 사망한 5명의 교환수의 경우, 1백50만원∼2백만원까지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됐다 (서울고법) .
서울성동경찰서 형사의 고문으로 죽은 유제은씨의 경우는, 9백70여만원의 손해배상이 인정됐다.
사고당시 44세였던 유씨는, 철물공업사를 경영, 월수입이 9만원이었으나 생계비와 각종세금 2만원을 제외, 매월 순수입이 7만원으로 인정되고 60세에 이르기까지 같은 수입이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대구상공에서 훈련비행 중 정비사의 과실로 죽은 조모공군소령의 경우는, 3백여만원의 손해배상이 인정 됐고, 진해 앞 바다 한일호 침몰사건에서는 평균50만∼60여만원의 배상액이 인정되는 등 계산방법에서 액수의 차이가 난다. <김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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