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엿보기]속타는 잠실 재건축 조합원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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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빨리 추진될까요?”,“아파트값이 떨어지진 않을까요?”
서울 잠실 저밀도지구 아파트 일부 소유자들은 요즘 속이 탄다.사업승인을 받았거나 앞두고 있어 재건축 추진이 순항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바람 잘 날이 없기 때문이다.

추가부담금 불만으로 주공4단지에서 시작된 조합원간의 내분은 인근 2·3 단지로 번질 조짐이다.1단지는 상가조합원과의 불협화음이 결국 소송으로 비화됐다.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중 청담·도곡지구와 함께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 인기를 모았던 이곳이 문제의 현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치열한 사업 우선 순위 확보 경쟁 속에 잠실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업승인을 따낸 4단지를 보자.이 아파트는 새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조합측의 관리처분총회를 무산시키고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공사와 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아파트값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한다.

인근 Y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관리처분총회 무산 이후 조합원들의 걱정섞인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적정시점에 아파트를 팔려고 했던 사람들은 추가 부담금 얼마 줄이는 것보다 사업 지연으로 오히려 손해보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특히 현 조합이 비대위측의 임시총회를 조합정관에 규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소집했다는 점 등을 들어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재건축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추가 부담금 규모 확정되지 않은 2·3단지도 4단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3단지 인터넷 동호회에는 이주를 하지 말고 비대위에 가입하자는 세력까지 등장했다.2단지의 일부 주민들도 무이자 이주비 지급문제와 함께 추가 부담금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4단지와 연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잠실 저밀도지구에서 사업추진이 가장 더뎠던 1단지는 설상가상으로 1993년 11월 창립총회 당시의 재건축 결의가 지난달 23일 법원에서 무효처리 판결이 났다.

총회 때 조합원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조합측은 서울고법에 항소해 놓고 있어 사업계획승인이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이 여파로 이들 아파트를 매입하려던 상당수 투자자들이 관망 자세로 돌아섰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잠실 R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재건축 투자 수익률은 사업추진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사업이 더 늦어질 경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벌써 사정이 급한 일부 주민은 시세보다 몇 백만원이라도 싸게 팔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주부 崔모(46)씨는 “잠실 저밀도의 경우 사업추진이 빠르고 주거여건이 좋아 구입할까 했지만 조합 내부 문제 등에 사업지연이 우려돼 매입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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