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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이젠 남자도 앉아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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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요즘 많은 남성이 ‘서서 싸’에서 ‘앉아 싸’로 전향(?)하고 계신다죠? 저도 몇 달 전부터 집에서 소변을 볼 땐 다소곳하게 변기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앉아 싸’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상당수의 유럽 남성이 앉아서 일을 본다는 걸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남자가 앉아서 일을 본다는 거야?”라며 앉아서 싸는 남자를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많은 남성이 ‘앉아 싸’를 하고 있더군요.

뭔가 좋은 점이 있겠지. 저도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거듭할수록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았습니다. 매번 변기 시트를 올리고 내리고 할 필요가 없고, 소리도 ‘서서 싸’에 비해 조용한 편이고, 잠깐이지만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변기 주변으로 튀지 않으니 위생적이고, 앉은 상태로 물을 내리면 시각적으로도 편하고, 조준 잘못할까 봐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손이 자유로우니 잠시 전화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도 생깁니다. 한 번은 작은 걸 보려고 앉았다가 큰 걸 보는 횡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중앙일보 남자화장실 소변기입니다. 저렇게 목표 지점을 크게 그려놓고 조준사격을 해도 꼭 주변에 몇 방울씩 떨어뜨리는 분이 계십니다. 조준사격은 되도록 ‘조준판’이 넓은 직장과 공중화장실에서 하시고, 집에선 앉아서 볼일을 봅시다. 청소하는 아내를 위해, 가족의 위생을 위해 이젠 남자가 앉아야 할 때입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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