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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교련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도 파주군 문산 북 고등학교 학생 60여명은 아침 과외수업과 검열에 대비한 과잉교련에 지쳐, 학교측의 무리한 군사훈련을 거부하고, 한때 학교를 집단 이탈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 학생의 말에 의하면 학교측은 오는14일 국방. 문교 합동교련검열에 대비한다고 1주에 2시간씩 배정되어있는 교련시간을 지난 9월1일부터 매일방과후 수 시간씩 늘려 집총 훈련·강행군 등 군사훈련을 강행, 그러지 않아도 과외공부 때문에 조반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과로에 지쳐 쓰러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 학교장에게 그 시정을 건의했으나 번번이 외면 당해 지난 2일에는 급기야 교련시간을 거부하고 도망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련을 거부하고 집단이탈이란 극한적인 방법에 호소한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련의 과잉실시로 이와 같은 불상사가 생긴데 대해서는 학교 당국으로서 마땅히 엄중한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검열에 대비키위해서 뿐만 아니라, 때로는 교련담당교관들의 과잉된 열정 때문에 평소에도 학생으로서는 감당키 어려울이만큼 지나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있는 학교는 비단 상기고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최근 일반적인 경향처럼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점 우리는 과잉교련이 좋지 못한 부작용을 자아내 학생들의 학업이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주고 있음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련은 비록 그것이 군사훈련의 성격을 띄고 있다하더라도 직업 군인을 육성해 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교련의 목적은 학생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단체행동에 필요한 규율과 제식을 가르치고, 나아가서는 초보적인 군사기술을 습득케 함으로써 후일 군에 들어간 후 짧은 .시일 안에 우수한 군인이 될 수 있는 소지를 키워주는데 있다. 따라서 학교교련의 실시는 학도들이 다른 교과과목을 공부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현행제도 역시 이를 충분히 감안하고 교련시간을. 1주 2시간정도만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교련에 대한 정부당국의 검열이 학교간의 경쟁을 자극하고 이 검열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검열이 임박해지면 과외시간을 교련시간으로 배당하여 집중적으로 과잉훈련을 실시케 되는 심정을 우리도 이해치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 도가 지나쳐 학생들로 하여금 과로상태에 빠져 다른 학과 공부를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은 본말을 전도한 처사로서 사회적 규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교련을 받은 장정이건 그렇지 아니한 장정이건 간에 일단 군에 입대한 뒤에는 하등의 차별대우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또 이와 같은 평등이 국민개병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교련의 과잉실시 때문에 학과공부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서도 배격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똑같은 경고는 현재 대학 3, 4학년생 중 지원에 의해서 실시키로 돼있는 ROTC과정의 훈련에 대해서도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ROTC제도는 내년도부터 폐지키로 돼있는 것이지만 현재 실시 중에 있는 각 대학의 ROTC훈련에 있어서도 간혹 전공과목의 이수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잉된 군사훈련이 실시되거나 그 훈련방법의 하나로서의 이른바, 단체기합 등이 대학생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케 할 우려를 자아낼 만큼 거칠게 시행되는 일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큰 눈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일은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교육과 국군 초급장교들의 심성도야를 위해서도 매우 유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공산도배들이 상투적으로 선전하는 것처럼 학교교련의 실시가 군국주의에의 길을 열어준다고는 절대로 생각지 않는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현행제도대로 교련을 해나가는 것이 학도들의 심신단련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십분 시인하면서도 그 과잉 실시의 폐단에 대해서 학교당국의 각별한 관심을 환기코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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