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개성공단 시즌2, 16일부터 재가동 … 뚝심의 박근혜-경제난 김정은이 만든 합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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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오는 16일부터 개성공단 재가동을 합의한 11일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왼쪽 둘째)을 비롯한 공단기업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실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개성 공단 재가동은 지난 4월 3일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행을 제한한 지 166일 만이다.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이르면 17일부터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AP=뉴시스]

5개월여 동안 닫혔던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린다. 남북은 11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폐쇄(4월 3일)됐던 개성공단을 오는 16일부터 시험운전 방식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재가동될 개성공단은 그 운영방식과 내용에서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성공단 시즌2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공단 폐쇄의 귀책사유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그 피해를 북한이 떠안게 한 점이다. 이날 남북이 합의한 5개 항의 공동발표문엔 북측의 일방적 가동중단으로 손실을 입은 입주 기업들의 올해분 세금(북측 징수)을 면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단 가동이 멈춘 책임이 북한에 있는 만큼 북한이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우리 측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북측에 내는 세금은 세율 10~14%의 기업소득세(법인세)와 4~20%의 개인소득세 등 모두 20억~30억원 규모(지난해 기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분 세금 면제 합의는 공단가동 중단의 책임이 북에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이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개월간 가동 중단으로 대부분 기업이 적자상태라 내야 할 세금은 거의 없지만, 북한에 ‘잘못하면 피해가 돌아온다’는 걸 인식시켜준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국제화 추진도 본격화된다. 남북은 다음달 중 개성공단에서 외국 기업과 상공인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김형석 대변인)고 평가했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개성공단 정상화 해법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분명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이 불안해서 살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국제적 기준과 규범이 적용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 외국기업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이탈리아의 엔리코 레타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언급할 정도로 개성공단 외국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정부는 일단 한국에 법인을 둔 해외기업과 서울 체류 외국 상공인을 설명회 초청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공단지역 1단계 개발계획(100만 평) 중 외국기업 분양분으로 6필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며 “210~250개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데 현재는 123개 한국기업만 진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워온 박 대통령의 뚝심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경제개발 구상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박 대통령은 우리 기업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신뢰와 원칙이란 대북 정책의 기조를 지키며 북한을 압박했다. 대규모 경제특구 건설 등 경제개발 계획을 짜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종잣돈’ 확보를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회담의 조기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달러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마식령 스키장 등 체제선전형 건설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북한의 대남·경제 부문 고위 관리들도 온통 정신을 여기에 쏟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남북은 ▶남북공동위 사무처 9월 중 가동 ▶개성공단 남북 상사(商事)중재위 구성·운영 ▶전자출입체계(RFID)를 통한 상시통행 등에도 합의했다. 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인터넷·휴대전화 사용 등 미합의 사항은 16일 회의를 열어 다루기로 했다.

이영종 기자

개성공단 재가동 주요 합의안
● 10월 중 외국기업 투자설명회
● 입주기업 올해 세금 면제
● 금년 내 상시통행 실시
● 인터넷·이동전화 계속 협의
● 남북공동위 사무처 9월 중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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