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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와SF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가한 사랑방에서나 나왔음직한 이야기 한 토막.
「콜롬부스」가「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해 놓고 이름을 붙이려고, 한글을 제정한 천하의 대가 세종대왕께 알현하여 사연을 여쭈었더니 대왕께서 하시는 말씀이 별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하게!』였다.
이 말을 들은 「콜룸부스」황공무지해서
『네, 「아메리카」나로 하겠읍니다』였다.
그 다음 「아메리카」북쪽으로도 더 넓은 땅이 많이 있음직 한데, 발견되는 대로 그 땅들을 무엇이라 부를지 몰라서 다시 대왕께 여쭈었더니, 세종대왕 말씀이,
『가나다순으로 하지 될 그래!』였다.
「콜룸부스」이 말을 듣고,
『네, 다 가나다로 하겠읍니다』였다. 그래서 가나다 란 이름이 생겼다. 그 다음 「쿨룸부스」생각에는 가나다에서 동쪽으로 더 가면 아시아하고 맞닿는 지방이 있을 것 같아서 그 지방의 탐색에 대한 것을 여쭈었더니, 세종대왕말씀이『알아서 가!』였다. 이래서 「알아스카」지방이 태어났다. .
그 다음 「쿨룸부스」는 또 한가지 더 청했다. 남미와 북미 사이에 쇠사슬 같은 중미지방이 있는데, 여기다 장차 운하를 팠으면 하는데 그곳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하고 걱정을 했더니, 세종대왕말씀이『운하야 마나마나지!』였다. 그래서 「파나마」위하란 이름이 생겼다.
이 소화의 욧점인『알아서 가!』『가나다순으로!』『아무렇게나!』『파나 다나!』가 척척 고 유명사화 해버린 까닭은, 그 발언을 한 분의 소위「네임·밸류」에 달렸던 것을 표현한다. 「메이커」가 믿을 수 있는 「메이커」』였기 때문에『아무렇게나』도『알아서 가』도 좋았었다. 메이커의 「네임·밸류」란 그만큼 신빙도가 높고 공신력이 큰걸 대적인 것이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네임·밸류」는 쓸모도 없고 찾을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은 이공신력이라는 것이 전연 없는 파나마나한 상품을, 팔고있는 허수아비 「네임·밸류」에 속아 사나 마나하는 상품을 속아서 사고있는 가슴 아픈 실정에 놓여있다. 「콜룸부스」가 지하에서 들으면 세종 임금님의 나라도 이렇게 타락했나 하고 아마 설치통곡을 할 것이다. 정말 모두들 아무렇게나 식으로 알아가 긴가?
그래도 한가지 통쾌한일은 상공부와 보사부가 공동 주최한 불량상품전시회다. 근자에 한 정부의 처사치고는 경부고속 도로개통 보다도 더 속이 시원하다.
방영되고 시청되는 전파를 통하여 주야로 귀 창이 따갑게『믿을 수 있는 「메이커」』라고 조잘대던, 심지어는 「KS마크」까지 붙은 대 「메이커」들 마저 끼어 들어, 무려 1천5백39종에 달하는 엉터리 제품을 만들어 은 것을 이제 전하에 공개해 놓았으니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이 아니냐! 앞으로는 우량식품에는 「SF마크」를 불인 다지만 KS·SF가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고발「센터」를 만들어도 소시민 소비자로서는 세종대왕께 대한 「쿨룸부스」구실 이상을, 할 수가 없으니, KS·SF보다는 오직 상공부·보사부의 이 대담한 고발정신의 연속을 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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