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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협의 단의 의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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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체한 중인 세계은행(IBRD) 연례 협의 단은 그 동안 정부 각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경제문제에 대해서 몇 가지 의견을 정부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IBRD 협의 단은 ①하반기 물가 문제에 대한 세심한 배려, ②금융기관을 통한 간접 금융이 한계점에 이르러 세제 조정과 자본시장 육성에 의한 직접 금융 체제로의 전환, ③고미가 정책 의존보다 농업 생산성 제고 및 농업 생산의 다양화와 우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마다 IRRD나 IMF 조사단은 주목할만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앞으로의 정책수립에 있어 기필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는 점이 많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IBRD협의 단의 대 정부 건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적 국내 사정에 어두운 성질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여 유감으로 생각한다.
우선 농업 생산성 제고나 농업 생산의 다양화가 소망스러운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연간 2억6천만「달러」수준이나 식량 수입을 하고 그 때문에 외환 면에 주는 압박이 큰 한국의 실정에서 국제비가 때문에 식량증산 정책을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더우기 우리의 수출 구조가 가공 중심으로 치우치고 있어 가득 율이 매우 낮은 실정을 고려한다면 2억6천만「달러」의 식량 수입은 5억「달러」의 수출 증가와 맞먹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외환 면에서 커다란 압박 요인을 형성하는 긴급한 문제를 국제비가 때문에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더 높은 가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미가 정책을 시행하여 오늘날 잉여 미를 축적하게 되었음을 보더라도 우리는 IBRD협의 단의 건의가 지나치게 근시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농업 생산의 다양화와 식량 자급 율의 제고는 동시에 이룩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요,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택일 적인 것이며 그러므로 식량 부족의 해결이 우선되어야 할 우리의 상황에서는 다양화보다도 식량자급 쪽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편 간접금융이 한계에 다다랐으니 직접금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당분간 실현 가능한 일은 아니라 할 것이다.
고금리 체제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민간 기업이 회계를 완전히 공개함으로써 소수 주주의 투자가 일반화할 조건이 성숙된 것도 아니다. 또 이른바 정치적 부대 비용을 기업이 양성화시킬 수도 없는 것이며, 더우기 그러한 부대 비용이 원가고 기업 부실화와 관계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면 기업 풍토를 개선해서 국민 대중이 안심하고 소액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각도에서 본다면 IBRD의 이번 건의는 핵심을 벗어난 이상론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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