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상의 허점도 있었다|여자실업 농구「드래프트·시스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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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나라 여자실업 농구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드래프트·시스팀」이 그 제도상의 헛점 때문에 여자실업 농구연맹과 중·고 농구연맹 사이에 이「시스팀」의 발효 벽두부터 미묘한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년에 고교졸업 선수 45명을 소화한 5개 여자실업「팀」들은 올해「드래프트·시스팀」을 적용하면서부터 내년에는 작년 수준보다 훨씬 떨어지는 최저「베이스」25명 이상을 취업시킬 것을, 그것도 구두약속만 한데 반해 우수선수들이 있는 4개 고교에서는 35명 이상을 문서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 엇갈린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취업 희망서 제출 마감 일을 넘기고 말았다.
이같이 상반된 의견은 표면적으로는 실업「팀」과 우수고교「팀」간의 대립된 이해관계에서만 비롯된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 뒤에는 또 하나 제도상의 헛점이 놓여 있다.
과열「스카우트」경쟁에 의한 엄청난 금품거래 풍조를 없앤다는 이「시스팀」은 자유경쟁에 의한『취업자유』의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커다란 희생에 따라 멀게 봐서 인기 상종에 치닫던 여자실업 농구에 찬물을 끼얹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이「시스팀」을 제안한 실업연맹은 되도록 싼값으로 최소한의 선수들을「스카우트」하자는데 목적이 있었던 만큼 선수들을 배출해온 여고 농구선수들의 실업「팀」에로의 진출 문호를 좁힘으로써 차차 고교여자 농구선수의 인기가 하락하게 되고 따라서 그 파급효과가 클 경우「아시아」제패의 한국 여자농구의 지위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우수선수 또는 그 보호자와의 흥정만으로 제한되던「스카우트」비용이 자칫하면 경쟁 상태에 있는 실업「팀」당사자끼리의 흥정으로 비약, 더 많은 액수의 금품 거래가 수수될 염려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아마추얼리즘」에 역행할 금품수수의 폐풍 근절은 중요하지만 내일의 한국농구의 뿌리가 될 여고선수들에게 실의를 주는 일도 없어야겠다.
완전무결한 제도란 없다. 문제는 제도의 개선을 당사자 서로가 마음의 자세를 고치려는 노력으로 약속하고 목전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나라 여자농구의 장래를 위해 서로의 애로에 귀를 귀울이는 풍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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