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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땅 밑 4.5㎞ 까지, 지열 추적에 명절도 반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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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9일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넥스지오 관계자들이 2차 시추작업을 앞두고 드릴 파이프(Drill Pipe)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 지하 3556m까지 뚫고 내려갔으며 11일 시작되는 2차 시추에서는 지하 4500m까지 내려간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포항은 올 들어 여름 최고기온을 몇 차례 기록했다. 벌써 수년째 이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두고 포스코 용광로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상은 알 수 없지만 땅속만큼은 포항 일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조사해 그린 지하 5㎞의 지온 분포도를 보면 퇴적층인 포항 일대가 가장 붉게 나타난다. 자그마치 180도 안팎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포항에서는 지금 지열을 활용하는 발전소 건설사업이 한창이다. 전력 생산을 원자력 일변도에서 벗어나 풍력·태양광 등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로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다.

 5일 찾은 현장은 땅속 시추가 일시 멈춰 있었다. 시추장비인 60m 철탑구조물은 영일만 진입도로에 인접해 금방 눈에 띈다. ㈜넥스지오(대표 윤운상)는 국비 200억원 등 사업비 474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부터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서 지열발전을 위해 땅속을 파 내려가고 있다. 국내 첫 시도다. 현장을 맡고 있는 전재수(46) 이사는 “현재까지 사업 추진은 순조로운 편”이라며 “현재는 땅속에서 나온 물성체를 측정하고 장비 유지 보수 등을 위해 한 달 반 정도 시추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지열 발전은 비교적 단순한 원리다. 먼저 발전 가능한 지열이 있는 땅속으로 지름 20㎝ 정도의 구멍 두 곳을 뚫는다. 한쪽 구멍으로 물이 들어가 데워지면 다른 쪽으로 끌어올려 그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2000가구가 쓸 ㎿급 전력을 생산하려면 지열이 180도는 돼야 한다. 포항의 경우 무려 4.5㎞를 파 내려가야 하는 어려운 공사다. 넥스지오가 현재까지 시추한 깊이는 3556m. 이 깊이만으로도 육상 시추 사상 국내 최장이라고 한다. 이곳 지열은 140도에 가깝다. 어려움은 또 있다. 지하 4.5㎞ 아래 구멍 두 개를 가로로 연결하는 공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데워진 물은 지층의 균열을 이용해 흘러가 다른 구멍으로 끌어올려진다. 더 뚫을 구멍 하나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화산지대인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오래전부터 지열 발전을 해 왔다. 조금만 시추해도 되기 때문이다. 비화산지대는 지하 5㎞까지 뚫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분야는 독일·프랑스·미국에 이어 한국이 뛰어든 것이다. 한영훈(31) 대리는 “예상보다 지층이 단단해 굴착 속도가 다소 늦어졌다”고 말했다.

 넥스지오는 사업이 순조로울 경우 2015년까지 포항에서 1.5㎿ 전력을 생산한다. 용량을 확대해 2020년에는 20㎿까지 발전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지열의 장점은 풍력·태양열·태양광과 달리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에너지다.

 넥스지오는 윤 대표 등 서울대 지질학 전공자들이 참여해 2001년 창업했다. 그동안은 토목공사를 위한 지질지반조사 등을 주로 수행하다 2010년 지열발전 연구를 시작했다.

 시추는 11일 재개될 예정이다. 이곳 육상 시추기는 석유·가스 개발을 해 온 중국이 만든 것이다. 시추가 시작되면 중국인 25명 등 40여 명이 2개 조로 나뉘어 24시간 운영된다.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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