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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늘어나는 표절 시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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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시비를 빚고 있는 데일리뉴스와 뉴욕포스트 1면 머리기사의 제목과 삽화

‘창의력의 시대’라는 말을 합니다. 남과 다른 생각,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각광받는다는 얘기죠. 창의적 아이디어의 가치가 커지며 ‘표절’ 문제가 과거보다 더 자주 불거지고 있습니다.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자기 것인양 쓰는 행위를 표절이라고 하지요.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TV 프로그램 컨셉트를 그대로 모방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기존 노래의 멜로디나 분위기, 리듬이 상당 부분 유사한 신곡을 발표하는 행위 모두 표절에 속합니다. 신문과 교과서를 통해 표절을 어떻게 인식하고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가수 로이킴은 표절 논란 끝에 결국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생각해볼 문제

 봄봄봄(로이킴의 신곡), 마마도(TV 예능프로그램).

 최근 표절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작품입니다. 당사자들은 모두 표절을 부인했고, 전문가들도 “비슷한 건 사실이나 표절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보고 들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시시비비를 가릴 명확한 기준이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창작물도 따지고 들어가면 기존 작품에서 영감을 받거나 참고해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영향을 받은 것과 그대로 베낀 행동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지요. 전자는 창작의 영역에 속하지만 후자는 엄연한 지식 도둑질, 즉 범죄 행위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앞선 사례처럼 표절 기준이 모호하다는 겁니다. 아직도 그저 ‘창작자의 양심 문제’로 치부합니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외치며 지적 재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3월 28일자 30면 기사는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국내 지식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독일 등에서는 표절이 발각되면 학계나 공직에서 추방당한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중략)…죄의식 없이 표절이나 대필로 학위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지금이라도 고백하고 학위를 반납하는 게 옳다’는 겁니다.

 표절 시비가 자주 불거진다는 것 자체가 지적 재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표절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또 교과서를 통해 지적 재산에 대해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살펴봅시다.

교과서 속 대안과 해결책

 중학교 기술 교과서에서는 정보 사회에서 지식과 정보의 역할에 대해 설명합니다. 지식 정보 사회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산업과 경제 활동을 포함한 여러 사회 활동에 지식·정보가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지식 정보 사회 초기에는 정보 기기와 서비스 발달 속도보다 사용자의 의식수준이 뒤처지는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요즘 불거지는 표절 의혹도 이런 문화 지체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표절 전체를 정보 사회의 문화 지체 현상으로 볼 순 없겠지만, 가요계에서 유난히 표절 시비가 많은 것은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나 제3세계 노래까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고, 여기서 약간의 변주를 가미해 손쉽게 자신의 창작품인양 내놓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표절이 잦아졌다는 얘깁니다. 또 전문 음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섭렵하다 보면 비슷한 느낌의 원곡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표절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베낄 수 있는 자료가 많아지는 동시에 이를 감시할 수 있는 눈도 늘어난 셈이니, 창작자들은 정보 윤리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을 더 확실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에서는 지적재산권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이란 상표·디자인·상품·지식·음악·문학·미술 작품 등의 창작물에 대한 보호 권리를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이 대표적으로 지적재산권에 속합니다. 이 중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저작권인데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저작권의 덫에 걸린 아이들’이라는 지문을 통해 저작권 위반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돼 버린 실제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배타적인 권리로, 복제권·공연권·방송권·전송권·2차 저작물 작성권·전시권·배포권 등을 포함합니다. 영화를 예로 들면 원 저작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만 편집해 이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놓고 친구와 같이 봤다고 합시다. 이 행동에서만 ‘2차 저작물 작성권’ ‘전시권’ ‘공연권’까지 침해한 것으로 간주돼 저작권을 위반한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고교 교과서에 이렇게 여러 과목에 걸쳐 지적 재산과 저작권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이런 정보 윤리를 숙지하지 못해 위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는 청소년 시기를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이에 대한 모방성과 충동성을 보이는 때’라고 풀이합니다. 지식 정보화 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신문과 교과서를 통해 표절과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집필=명덕외고 김영민(국어)·최서희(국어)·한민석(사회) 교사, 청운중 천은정(사회)·유정민(기술·가정) 교사

정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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