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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대화…신민후보 조정 채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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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김씨는 당수 지명 승복·협조 서약>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합에 있어 나는 후보 제 l 추천권을 당수에게 일임하고 당수가 두 사람 중 한사람을 추천했을 경우는 나를 지지하는 당원들과 함께 일체의 난동이나 반란을 하지 않고 당수의 추천에 승복하여 지명 대회와 대통령 선거에서 성의를 다해 협조할 것을 당과 국민 앞에 서약한다.』
27일 낮 12시 그랜드·호텔 595호실에서 김영삼·이철승 두 사람은 이 서약문에 서명했다. 유 당수는 『두 사람은 지금 이 시간부터 대통령 후보 자리를 물러났다는 결심을 갖고 이 서약문에 서명해야돼』라면서 둘이 서명을 하게 하고 그 문서를 들고 헤어졌다. 유 당수는 이 서약문을 28일 하오 중앙 상위에서 공개하고 두 사람 중 한사람을 추천하는 연설을 하도록 돼있다는 것이 40대 단일화 조정을 맡고 이 회의 증인으로 참석한 고흥문 사무 총장의 발표였다.

<당 원로 회의서 유 당수 첫 불출마 발언>
유 당수는 27일 하룻 동안 공식적으로는 서약문을 받기 전에 당 원로 회의, 서약문을 받아 쥔 뒤에 도당위원장 회의를 주재했다.
27일 상오 8시 정일형 이재형 이상철 양일동 홍익표 서범석 김홍일 고흥문씨가 나온 국제 호텔의 당 원로 회의에서 처음으로 불출마 결심이 섰다고 판정할 수 있는 명백한 발언을 했다.
이날 발언을 간추려 보면-.
유 당수=누가 후보 적임자인지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당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나 자신 나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견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두 사람만이라도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이 추천될 경우 이를 승복할 것인지를 확인하겠다.
양일동=대회를 연기해서 다시 고려하지 않으면 나는 당수를 후보로 밀겠다.
이재형=범 국민적 인물을 찾기 위해 대회 연기를 찬성하나 기대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이상철=단일화는 실패인데 택일할 것 없쟎은가?
유 당수=두 사람만이라도 승복해서 당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의는 있는 일이다. 연령적으로 보면 자제와 같은 사람이라도 청신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도당위장 회의 나가 40대 반대 무마>
서약문을 받아 쥔 유 당수는 남산 외교 구락부 도당위원장 회의에 나가 처음으로 40대 반대를 무마하는 설득에 나섰다.
11명의 멤버는 적극적인 유 당수 후보 파가 3명, 40대 반대가 3명인데 비해 40대지지 2명 뿐인 압도적 40대 반대파 회의였다.
유 당수=김영삼·이철승씨의 인격을 건 서약은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사실 20대서 40대가 전 유권자의 75%라 해서 반드시 40대라야 한다는 법은 없어, 이 유진산이가 학벌로나 인물로나 또 많은 지지자들이 밀고 있는데 당수로서 후보에 나설 생각이 왜 없겠소. 나로서는 후보 선출에 그의 인생관, 민족관, 당내 외 여건, 상대방, 대미 관계를 중심으로 안보문제까지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요.
박병배=노장들은 제쳐놓는단 말이요….
유 당수=굳이 없는 노장을 조작해 후보로 내세울 필요는 없지 않소…. (박씨 항변이 나오자 가로채며) 토론하자는 것 아니오, 내 스스로를 후보에서 제쳐놓는 건 나 자신에게도 잔인한 일이오. 하지만 복잡한 양상을 정리하는 길은 당수가 희생하고 다른 사람 희생토록 해야지….
이민우=당수가 추천권을 행사한다해서 당이 단결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소.
유 당수=당수와 도당위원장들이 합심해서도 안 되는 당이라면 무엇에 쓰겠소.
이민우=40대 단일화가 안됐으니 당수도 당명이라면 거역할 입장에 있지 않다는 당수 발언을 그대로 믿겠소.
유 당수=그런 생각들을 하니까 일이 빨리 안 되는 것 아니오.
박병배=대의원이 추대할 수도 있지 않소.
유 당수=물론 대의원 고유의 권한 행사를 막을 수는 없지만…. 40대 얘기가 어떻든 이제와서 돌이킬 수 없는게 현실이오.
두 사람 중에서만 추천한다고 생각해선 안되오. 단지 『당수가 추천한다』-이렇게 생각 하시오. 그리고 나서 만약 둘 중에서 추천하더라도 여러분은 애당심을 발휘해야 하오.
(박씨가 『당수가 생각하는대로 그렇겐 못해요』라고 고함 치자) 마음들을 좀 슬기롭게 가지시오. 자기 생각만이 이 당을 걱정하고 구제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당수 심경 먼 훗날 말할 기회 있을 것>
유 당수의 진의 풀이는 젊은 당원들끼리 내기까지 걸 정도였다.
25일 전제가 붙은 불출마 선언 후 유 당수는 도합 50명에 이르는 간부들을 만나고 또 정무회의, 확대 간부회의, 의원총회까지 열어 그의 심경을 말했으나 모든 간부들이 유 당수는 후보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수한 대변인의 공식 발표 아닌 개인적 귀뜀도 오락가락했다. 26일 밤 의원 총회 후 김옥선씨 등 젊은 의원들은 『당수 얘기의 3분의2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분명한 3분의l 중 출마·불출마 결심이 반반이다』고 했다. 『유 당수는 불출마일 것』이라고 한 사람은 고흥문 홍익표·서범석씨 세명 뿐이었다.
불출마 결심을 한 당수의 심경은 먼 훗날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게 고씨의 얘기고, 『당수가 될 때 중요한 결정은 나와 상의한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얘기가 없으니 그가 출마할 결심을 하지 않은 증거』라는게 홍씨의 말.
서씨는 유 당수의 20년 조직 생활에서 자파 마저 어리둥절하게 해놓은 일이 일찌기 없었다면서 『동남아 정세, 대미·대일 관계를 바탕으로 한 그의 시국관 때문에 번민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풀이했다.

<세40대표 대결 위한 점검에 피치>
유 당수가 40대 추진에 나선 27일에도 표 대결을 위한 점검을 계속하고 있으며 김·이씨와 김대중씨도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견지동 당수 사무실의 이민우 유치송씨 등은 이날 밤까지도 대의원들에게 『당명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당수 입장엔 변함이 없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
김영삼씨는 당고문·정무 위원 등 노장들을 찾아다니고, 이철승씨는 당 중견 간부·대의원 숙소·당수 사무실을 모두 돌았다.
김씨 측은 유 당수의 지난 전당 대회 때의 언질, 진산계에서의 뿌리, 노장층의 호감을 유리한 여건으로 잡고 있으며 이씨 측도 입당할 때의 언질, 또 며칠전 유 당수가 밤에 이씨 집에 들러 이씨 부인에게 『자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면 어려운 일이 많을 거야』라고 말했다면서 기대를 걸고 있다. <허준·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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