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주만 기습의 재현 영화 『도라! 도라! 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9년 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재현한 미20세기 폭스 사의 영화 『도라! 도라! 도라!』가 24일 뉴요크 호놀룰루·동경에서 동시에 시사회를 끝내고 이달 말쯤 일반에 개봉된다. 사건 자체는 놀랍고 충분한 고증을 거쳐 사실자체에 충실하게 표현, 아이러닉하고 극적이지만 예술적 작품은 못된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현재 미국 조야에 물의를 일으키고 할리우드의 화제가 되고 있다.
24, 25일의 시사회에는 미국 정계의 쟁쟁한 현역 정치인이나 41년 진주만 공격당시의 관계자들이 초대됐을 뿐 아니라 『클레오 파트러』 이후 최대의 제작비(2천5백만달러)를 들인데다, 일본 촬영엔 흑택명 감독으로 정했다가 보름만에 다시 천전리웅·양작흔이로 바꿨으며 일본측이 미국측보다 더 좋은 정신적 사상적 일화들을 엮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무엇 때문에 많은 달러를 쓰면서 미국에 유리하지도 못한 영화를 만드느냐는 것이다.
도라는 호랑이를 뜻하는 일본어로 공격이 성공했다는 2차 대전시의 일본공군의 암호였다. 3시간 반에 걸친 장편영화로 보통의 전쟁영화가 끝나는 1시간 반 동안은 전쟁과는 아무 상관없는 조용한 장면이 계속된다. 후반 약2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는 진주만 공격이 재연된다. 19척의 전함이 침몰 또는 대파되고 1백77대의 비행기가 파괴, 3천4백35명의 미국인이 피살당하는 미국 사상 치욕의 날이 재현된다.
41년의 미 준비상태를 상세히 묘사하고 오늘날의 상황과 비교시켜 놓았다.
휠러 비행장 폭격상황은 똑 같은 장소에서 41년12월7일 상오 7시57분 그 당시와 놀라울 정도로 같이 재현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의 폭격기는 실질적으로 그 당시의 제로 전투기는 아니다. 일본이 항복한 뒤 맥아더 장군은 일본의 비행기를 전부 녹여버리든지 완전히 파괴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 대에 2만달러의 돈을 들여 제조한 비행기를 당시 미해군 조종사들이 조종한다.
기습이 끝나고 사령관에게 『도라!』를 외쳤을 때 야마모도·이소로꾸(산본오십육) 제독은 『우리가 한일이 잠자는 거인을 깨운게 아닌가 두렵다』고 독백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