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고장 화제] 현대미포조선 30년 수리업 결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 현대미포조선 직원들이 지난달 31일 건교부 관공선인 30t급 크레인선 설악호 마지막 수리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국내 최대의 수리 조선업체인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30년만에 선박을 수리하는 사업과 결별했다.

이 회사 최길선 사장은 3일 "국내 임금 수준으로는 더이상 선박 수리업을 지속할 수 없어 이달부터 기술.품질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신조선(선박 건조)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포조선은 지난달 31일 건교부가 발주한 크레인선 설악호(30t급) 수리를 끝으로 수리조선 사업을 마감했다. 설악호 수리에 사용됐던 제 1도크(40만t급)도 선박 제조용으로 돌렸다.

이 회사는 1975년 전하동의 현대중공업의 도크를 빌려 선박수리.개조 전문 업체로 출범했다.82년 현재의 방어동으로 옮겼으며 그동안 8200여척을 수리하고 450여척을 개조하는 등 전세계 수리 조선업계 선두 그룹을 지켜왔다.

그러나 선박 수리.개조는 노동집약 산업인 데다 90년대 들어 중국 등이 싼 임금을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펴면서 수익 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따라 97년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람폼반프'호 건조를 시작으로 조선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LNG선.잠수함 등 대형.특수선 건조에 주력하면서 생긴 틈새 시장인 4만t급 이하 중소형 선박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대신 수리 분야는 99년 베트남에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비나신조선으로 조금씩 옮겨 지난해까지 완전히 이전했다.

미포조선은 3년6개월 동안 4개의 도크를 풀가동해야 할만큼 조선 일감을 확보, 더이상 수리조선에 손을 쓸 여력도 없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확보해둔 물량이 모두 달러화 가치 하락이 반영된 최근 수주분이어서 국내 어느 조선사보다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