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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 아시아 학회 국회지회|한국∼세계의 가교 7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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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한말이래 우리 나라를 이해하고 또 해외소개에 공헌이 큰 왕립 아시아 학회(Royal Asiatic Society) 한국지회는 금년으로 창설 70주년. 26일 하오 4시 덕수궁 함령전에서 기념 파티를 갖는다.
한국인 50여명을 포함하여 대부분 주한 외국인으로 구성된 한국 지회는 회원이 5백여명. 이 자리에서 초창기부터의 회원인 백낙준씨의 강연과 앨런·헤이먼씨가 이끄는 외국인의 국악단에 의해 국악이 연주된다.
1900년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10여명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창설해 그동안 출판·강연·고적답사를 통하여 한국과 세계 사이에 교량 역할을 했다. 이 학회의 본부는 런던에 있고 태국, 버마, 인도 등지에 RAS의 지회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서구인 단체의 설치는 이것이 맨 처음이며 근역청아라는 인적을 한국지회를 상징하는 마크로 삼고 있다.
현 회장은 조지·캐럴 신부. 연세대 함병춘 교수가 부회장직에 있다.
2차대전과 6·25기간을 제외하고는 70년 동안 한결같이 RAS는 한국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즉 월 2회 강연·고적답사·출판 등으로 그 활동상황을 요약할 수 있다고 김원룡 이사(국립박물관장)는 말한다. 이 학회가 현재 국립의료원에서 갖고 있는 월례 강연은 외국인의 한국 이해에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외국인이 본대로 발표하기도 하고 혹은 한국인이 소개하기도 하며, 아시아의 인접국 인사를 강사로 초빙하여 그 나라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발표하는 한국에 대한 것은 그들이 색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발표하는 소재가 참신하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때로는 한국인의 생활과 문화를 담은 필름을 보기도 하고, 고전 무용·국악·가면극 등을 초청해 감상하고 토론한다. 관광여행은 RAS활동의 중요한 행사이다. 고적과 그 밖의 관광지를 찾아가는 이 여행에는 전문가를 초빙하기 때문에 올바를 관람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을 발표, 소개의 길잡이가 되는 것은 출판물이다.
그 초기의 출판물들은 한국이 세계의 출판계에서 거의 동떨어진 극동의 한 조그만 나라로 머물러 있을 때 한국과 세계를 잇는 중요한 교량이 됐다. 그리고 한국이 옛날의 은자의 나라에서 활력에 찬 발전하는 나라고 그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한국인의 생활·역사·풍속에 걸쳐 우수한 저작과 편람·안내서 및 고전문학의 영역 등에 사업을 확대해 왔다.
특히 연 1권을 내어 45권까지 나온 회보는 지금까지 한국학 분야 대가들이 기고해 왔다. 예를 들면 게일·헐버트·매큔·러트·트롤로프·언더우드 등 외국인은 물론 백낙준 박사 등 우리 나라의 석학들이 이에 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회보는 『한국에 대한 정보를 학문적으로 제공하는 가장 계속적인 출판물』로서 근간 호인 45호에는 발전하는 한국에서의 매스컴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저작물 출판으로는 함병춘씨의 『한국의 정치 전통과 법』, 스펜서·파머씨의 『한국과 기독교』 등이 있다. 한국을 빨리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엮은 편람으로서 폴·크레인씨의 『한국의 생활방식』, 이어령 저 데이비드·스타인버그 역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것이 한국이다』, 리처드·러트 저 『한국인의 생활-시골 신부의 일기』 등이 있다.
『한국의 생활방식』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생활한 크레인씨가 처음 한국에 오는 사람을 위해 대인관계와 관습 등을 산트라·마텔리 여사의 삽화를 곁들여 엮은 안내서다. 이 책은 4판이나 찍어낼 만큼 외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안내서로 지목되고 있다. 러트 주교가 쓴 『한국인의 생활』은 그가 시골 교회에서 체험한 전통문화를 예리하게 포착, 소멸해 가는 전통사회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앨런·클라크와 도널드·클라크 부자가 쓴 『서울-금석』은 금년에 나온 최근간의 서울 안내서다. 이 책은 특히 서울의 고적과 뒷골목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지난 65년 독일의 그라우트 출판사에서는 이들 회보를 묶어 한 질의 책으로 출판해 한국을 소개하는 자료로서 여러 나라에 배포한 일도 있다.
출판사업에서는 가장 애로가 되는 것이 재정이라는 함병춘씨는 원고가 쌓여 있으면서도 돈이 없어 출판을 못하고 값진 원고가 묶고 있다고 말한다.
이 학회는 회원당 연 8불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계획은 3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하는데 그 가운데에는 조민하 한기식 한태동 함병춘 김원룡 김영정 이한빈 이기백 이구 백낙준 손보기씨 등 국내 학자도 포함돼 있다. 59년도 영암 고분발굴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은 이 학회의 폭넓은 관심과 활동을 방증하는 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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