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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받는 닉슨 정권 2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는 11월3일에 있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은 치열한 득표작전을 벌이고 있다. 하원의석 전부와 상원·주지사 각 35명이 걸린 이번 선거는 임기의 절반을 보낸 닉슨 정부의 중간심판이자 72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월남전세호전 및 미군철수, 중동전의 평화적 해결전망, 연방지출억제, 미소관계의 안정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공화당과 인플레와 실업 등 경제정책의 실패를 들고나선 민주당은 유권자의 50%가 부동표라는 반호반악조건에서 서서히 열을 띠어 가고 있다. 이제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번 선거전의 각종 유관함수와 이를 요리하는 양당의 전략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전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들의 무관심이 불러일으킨 이상분위기. 갤럽조사에 의하면 투표일을 불과 두 달 앞둔 8월30일 현재 유권자의 39%가 지지정당을 못 찾고 있으며, 11%는 숫제 정치외면파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뜻밖의 결과가 나타날 징조가 아닌가 보고 있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민주당측의 경제정책실패 비난은 상당히 먹혀들고 있다. 64년 가을이래 최고인 5.1%의 실업율, 만성화된 인플레와 이에 따른 생계비의 상승, 국제상업차관금리를 상회하는 8.5%의 프라임·레이트, 긴축재정으로 인한 자금의 경색 등 서민과 기업들이 느끼는 모든 경제적 고난을 집권당의 책임으로 씌우자는 작전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표 긁기 전략의 기둥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미국의 경제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제임즈·레스턴은 공화당의 표를 앗아갈 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인플레가 겹쳤다는 의미)현상이 닉슨의 최대업적인 월남전축전에서 오는 결과라고 풀이했다. 68년에 비해 1백70억달러나 줄어든 국방예산이 군수산업의 위축을 초래했고, 그 주름살이 경제계 전반에 퍼져 나간 결과가 이 같은 현상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후버 대통령 때에도 경제공황으로 정권을 빼앗겼던 뼈저린 기억이 있는 만큼 공화당쪽의 선거운동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민주당의 빵 걱정을 주월 미군의 철수 및 중동평화회담의 성공 전망 등으로 상쇄, 여론의 악화를 막는 한편 경기침체의 직접적 피해자인 임금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전법도 폈다. 지난 주말 닉슨 대통령이 2백여명의 노조간부들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도 이러한 적극 자세의 하나로 풀이되고있다.
그러나 공화당 선거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스피로·애그뉴 부통령이 지원유세의 스타·플레이어로 등장했다는 점. 68년 선거 때 닉슨을 당선시켰던 선거노장들 20여명이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잉707기까지 전세 내놓는 등 애그뉴 행차를 위한 공화당의 배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양한 선거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집권당의 특전인 풍부한 자금덕분. 일부 전문가들은 닉슨이 이 모든 카드를 던진 뒤에도 자신이 없을 경우 미소정상회담이나 주월미군철수 추가 발표 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은 다른 두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이번 선거의 후광으로 있어야 할 72년 대통령후보가 없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공화당의 애그뉴와 같은 전국적인 레벨의 지원사령관이 없다는 점.
전국위의장인 로렌스·오브라이언씨가 전국유세에 나설 예정이지만 네임·밸류와 기동력에 있어서 애그뉴의 적수가 못된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평. 그밖에 자금난도 주요 애로의 하나. 당내일부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우세가 닉슨의 경제정책실패에 따른 단순한 반사이익이라는 자가비판마저 나오고 있으며 월터·먼데일 상원의원 같은 이는 새로운 정책방향을 잡을 때까지라는 단서하에 민주당 패배 필요론까지 펴고 있다. 그러나 정계 업저버들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의회의 다수파자리를 뺏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물가고·실업·인플레·도시범죄·반전무드 등이 묘하게 작용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와 진보주의적 인텔리, 그리고 반전그룹 등의 지지를 얻을 경우 이러한 가능성은 아주 짙어질 것으로 점치고있다.
그밖에도 이번 선거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잠재적 요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민권문제·학원분규·도시범죄 등은 언제라도 선거전의 핫·이슈로 등장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점들이다. 이 가운데 한 두개가 막바지에 가서 표면화된다면 모는 쪽과 몰리는 쪽의 이해득실은 그의 치명적인 것으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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