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철도 경제성 높다" 정몽구 회장 적극 참여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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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우리가 만든 열차로 부산에서 서울, 평양을 걸쳐 유럽까지 가고 싶다.”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꿈이 현실로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7일 한·러 정상회담이 촉매제가 됐다. 아들인 정몽구(75)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8일 “현대로템 등 그룹사가 유라시아 철도 연결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부산에서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해 자동차 등을 유럽으로 수출하면 비용과 시간에서 경제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철도는 영국 런던과 러시아 모스크바를 잇는 유럽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한반도 종단철도(나진~부산)를 연결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7일 정상회담에서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열차 등을 만드는 현대로템이 러시아 철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현대로템은 우선 2015년 개통 예정인 모스크바 순환선 전동차 231량(4억 달러)과 모스크바 지하철 고급 전동차 2500량(42억 달러)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 로템은 러시아 환경에 맞는 고속형 장거리 전동차 개발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 최대 중공업 회사인 UVZ의 알렉세이 티샤에프 철도사업본부장 등이 10일 현대로템의 창원 철도차량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해 사업 협력 및 기술 이전 방안을 협의한다”고 전했다. 현대로템은 2008년부터 러시아 철도청, 모스크바 지하철 등과 기술 교류를 하며 시장 진출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10월엔 러시아철도청과 철도 차량 공급·인증·연구개발에 관해 협력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현대제철이 열차·레일용 고급 강재를 생산해 철도 사업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자동차 수출에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1만9000㎞를 배로 가면 27일이 걸리지만 철도를 이용하면 열흘이면 충분하고, 운반비용도 컨테이너 1대당 평균 980달러로 배를 이용할 때의 22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유라시아 철도 사업 본격 진출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을 수립 중”이라며 “현대로템이 설계, 생산기술, 기자재 공급 등을 주도하고 차량은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생산하는 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한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철도 연결에 합의한다면 북한에서도 차량을 조립·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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