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비게이션은 운전용?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 높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수원 튼튼병원 김상훈 병원장(오른쪽)이 출혈·통증·합병증이 적은 컴퓨터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수원 튼튼병원]

내비게이션은 운전 시에만 필요할까. 정밀한 수술을 할 때도 사용한다. 최근에는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늘고 있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적용한다.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수술’이다. 컴퓨터에 환자의 관절 정보를 입력하면 최상의 수술법을 계산해 안내한다. 조금만 절개하기 때문에 출혈·통증·합병증 부담이 적다. 수술이 정확하게 이뤄져 인공관절 수명도 늘릴 수 있다. 수원 튼튼병원 김상훈 병원장에게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과 특징에 대해 들었다.

황운하 기자

다리뼈 정렬 잘 돼야 성공

인구의 고령화로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무릎관절 연골이 닳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국내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좌식문화와 관련 있다. 김상훈 병원장은 “양반다리, 밥상 식사, 방석 앉기, 온돌방 생활 등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이 많은 생활방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무릎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발생한다. 뼈 끼리 직접 맞닿아 통증을 일으킨다. 증상이 심하면 ‘O’자형 다리가 되고, 걷기 힘들다. 김상훈 병원장은 “무릎 연골이 다 닳으면 치료법은 인공관절 수술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한 해 5만 명 이상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60·70대 환자가 80% 이상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연골과 관절을 제거한 후 인체친화적인 특수금속으로 만든 관절을 이식한다. 인공관절 수술 결과는 정밀성에 달렸다. 김 원장은 “손상된 무릎 관절을 잘라낼 때 발목·무릎·골반에 이르는 뼈가 삐딱하지 않고 잘 정렬되게 균형을 맞추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관절이 똑바르게 이식되지 않아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김 병원장은 “수술 후 원하는 만큼 무릎을 굽히기 힘들다. 인공관절도 빨리 닳아 수명이 단축된다”고 덧붙였다.

수술 정확도 높이는 내비게이션

최근 인공관절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자동항법장치로 빠르고 안전한 길을 알려주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원리를 응용한 방법이다.

 환자의 무릎관절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관절운동의 중심점과 인대 간격을 계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절개 부위와 범위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또 잘라내야 하는 손상된 관절 두께와 각도, 이식할 인공관절의 크기도 제공한다. 수술 중에도 컴퓨터 내비게이션에 연결된 투시카메라로 다리뼈의 정렬축과 관절면을 계측해 인공관절이 제대로 이식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김상훈 병원장은 “내비게이션 수술은 오차를 최대한 줄여 X선 사진이나 의사의 경험에만 의존한 수술보다 정확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서 절개 부위가 작고, 출혈·통증이 적다”고 말했다. 인공관절의 수명도 길어진다.

 내비게이션 수술은 정밀하기 때문에 수술 후 무릎의 구부림 각도가 넓다. 수술 후 부작용 위험도 낮다. 김 병원장은 “뼈의 내부구조인 골수강을 건드리지 않아 혈전(피떡)이나 폐색전증(피떡이 폐 혈관을 막는 것) 위험을 줄인다”고 말했다.

 환자의 관절 특성을 고려한 맞춤 인공관절을 이용하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병원장은 “사람마다 얼굴과 체형이 다른 것처럼 무릎관절의 모양과 상태도 제각각”이라며 “좌식생활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술 후 재활운동 관절 수명 늘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고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에 성공하려면 운동이 중요하다. 관절 주위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통증을 줄여 관절염 치료를 돕는다.

 퇴행성 관절염을 막으려면 허벅지 근육을 키워야 한다. 자전거 타기, 수중 운동, 걷기 등으로 근력을 늘려보자. 앉아서 발목 당기기, 벽에 기대 않았다 일어서기 같은 운동도 추천된다(아래 운동 사진 참조). 김 병원장은 “관절 건강이 좋지 않으면 줄넘기,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로 운동량이 줄면 다리 근육이 위축된다. 특히 체중을 지지하는 허벅지 앞쪽 근육 소실이 크다. 다리 근력을 키우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하체운동을 지속하면 수술 후 통증이 줄고, 일상복귀 기간이 단축된다. 인공관절 수명도 늘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자세로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활습관 개선도 퇴행성 관절염 예방과 인공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반다리를 하면 관절에 무리를 준다. 바닥생활은 의자와 침대생활로 바꾼다. 관절에 전달되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