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조주의 색채 풍기는「현대동양화전」|동양화적 기법으로 서양화적 주제에 접근하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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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확실히 동양화 부문에는 아직도「교조주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동양화에 있어서 교부시대 (남·북종화)의 엄격한 양식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만이 동양화의 순결을 지킨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교조가 실제 (현실성)를 겸한 이론형태라는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의 창조가 부단히 교조주의를 수정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 수정은 언제나 교조주의에의 완전한 도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또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체로 한국현대동양화전은 우리들에게 이러한 점을 생각하게 하는데 그것은 김화경, 장우성, 박노준, 이유태씨 등이「교조」가까이에 있으려는 입장, 그리고 박생광, 서세옥, 간경자씨 등이「수정주의」를 택하려는 입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우리들에게 교조주의가 있는가, 또한 수정주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누구든 대답에 주저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가능성이라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 우리들로서는 무난한 것이다.
김화경씨의 그림은 철저한 동양화적주제를 유화기법을 빌어 표현함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얻고있다. 그것은 기왕「예절대」로서 표현되었던 산·수·화·오·초의 묵화적 소재를 한국식 초가지붕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동양화에 었어서의 「교조」의 경지를 재확인하고 있음이 역언하다. 특히 이번 전시된 작품에서는 전반적으로 초가지붕이 화면에 클로스·업이 되는데 언둣 그 지붕에서『휘법』속에 가려진 괴산의 어떤「매스」를 느끼게까지 한다. 김씨에 비하면 서세옥씨의 작품은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동양화적기법 (번지기)을 빌어서 양화적 주제에 접근하려고 함으로써「교조」를 수정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다만 김씨와 같이 구체적 인간의 세계를 괄호속에 닿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동양화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한층 더 수정주의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은 박생광씨나 간경자씨의 작품일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작품들이 전적으로 서양학적주제에 일관하고 있으며, 그 주제가 서세옥씨보다도 훨씬 더 근대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수정주의적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이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근대적인 주제(대립·분열)가 동양화적기조위에 서식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박용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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