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입이 되레 알카에다 돕게 되는 ‘중동판 판도라의 상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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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08면

6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남부 크로이든에 있는 내무부 국경관리국(UKBA)의 런던 민원사무소. 외국인 수백 명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영국 체류비자나 망명허가서를 받기 위해서다. 대부분 내전에 시달리는 조국을 탈출한 시리아인이다. 이곳에서 만난 아메드 알 하위(35)는 “몇 달 전 탈출해 터키를 거쳐 영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에 밀려 유학생들은 멀리 지방 사무소까지 가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시리아 난민으로 몸살을 앓는 유럽 국가의 현장이다.

시리아 공격 딜레마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에선 지난 6개월 새 100만 명이 난민이 됐다. 그전 2년간 발생한 난민 수와 맞먹는다. 특히 지난달 21일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탈출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으로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를 초청해 시리아 정부군 공격을 의회가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선 각국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였다. 이어 10일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시리아 공격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정상회의에선 미국과 함께 영국·프랑스·호주·캐나다·이탈리아·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터키·한국·일본 등 11개국이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시리아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리아 공격엔 미국·터키·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프랑스 5개국이 지지했지만 러시아·중국·인도·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브라질·남아공·이탈리아는 반대”라고 말했다.

사실 공격은 간단치 않다. 내전이 독재정권에 대한 민주시민의 항쟁의 성격이 아닌 종교·종파 분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아랍세계 민주화 확산을 막기 위해 이집트 군사정권에 150억 달러를 제공키로 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한다. 같은 이슬람 수니파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은 수니파와 대립하는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인구의 약 13%)로 시아파인 이란과 이웃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정부의 보호를 받아왔던 약 10%의 기독교도들이 74%쯤 되는 수니파의 종교 박해를 받을 수 있다. 이 와중에 세력 확장을 노리는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주의자들이 반군에 가담한다는 정보도 끊임없이 나온다. 미국의 개입이 결과적으로 알카에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묘한 상황이다. 알아사드가 말하는 ‘중동판 판도라의 상자’다.

시리아에 해군 지원 시설을 둔 러시아로선 냉전 시절부터 우방이었으며 무기수입선인 알아사드 정권에 등을 돌리기가 곤란하다. 중국은 공격에 반대하지만 사태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경제에 악영향이 미친다는 점에서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다. 종파·알카에다·러시아·중국, 시리아 공격의 복잡한 4차방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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