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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와「미니」의「딜레머」서 망설이는 추동「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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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8월 파리에서 70년 추동 컬렉션이 일제히 발표되었을 때 패션 지들은『미니는 죽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디와 맥시로 가는 거대한 유행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닥쳐오는 가을·겨울의 치마길이에 대해 세계의 의류 메이커와 고객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명확한 대답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패션의 본고장 파리의 모드가 2개월이면 상륙한다는 서울은 어떤 길이의 옷을 앞으로 유행시킬 것인가 적어도 오버코트에 관한 한『미디의 우세』가 쉽게 예진 되고 있다. 한국의 겨울 추위에서 미디·코트는 우선 보온을 위해서라도 많이 입혀지리라는 것이다.
가을의 수트와 원피스 그리고 스커트에 대해서는 대답이 간단하지가 않다.
『짧은 옷 세 벌을 가진 사람이 기분 전환을 위해 미디 한 벌을 마련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디자이너「조세핀·조」씨는『거리가 미디 색이 되리라 곤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처음으로 미니·드레스를 발표했던 박윤정씨는『이젠 나 자신부터 미니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히면서『30대·40대의 부인 고객들은 치마길이의 딜레마에서 빨리 안정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미디를 선택하고 싶어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특선 코너에서 기성복을 대량으로 취급하고 있는 디자이너 윤복희씨는 미디의 일반화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 금년 가을의 기성복들은 단을 넉넉히 넣어 무릎 길이에서 자르기로 했다고 밝힌다.
그는 젊은 여성들의 발랄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의상으로는 역시 미디가 제일이며 미니는 여대생 나이 또래에서 계속 유행되리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70년 한국의 추동 모드는 안정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며 미디는 하이·패션에 머무르리라는 전망이 선다.
미디는 우선 값이 비싸며 또 아무래도 비활동적이라는 점이 그 예상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미디의상에 드는 옷감은 스커트의 경우 거의 미니의 두 배이며 오버·코트일 땐 반 마 내지 한 마가 더 들며 가격이 상당히 높아진다. 복지 메이커들은 추동 용으로 상당히 세련된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데 저지와 홈스펀은 유행하는 실루엣을 만들어 내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이다. 허리가 꼭 끼고 몸매를 전체적으로 가늘게 보이도록 하는 실루엣은 감이 두껍건 얇건 간에 뻣뻣하게 뻗치지 않고 몸에 감겨드는 듯한 질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실루엣은 오래 풀어두었던 여성들의 몸매를 바로 잡는 코르셋 등 철저한 파운데이션을 필요로 하고 있다. 벨트 역시 새 유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빛깔은 흑색·흰색·베이지·브라운·회색 등 오래 유행돼 오던 빛깔들 이외에 밝은 빨강과 보라가 머리를 들고 있다. 요란한 프린트는 의상 자체가 분량을 지닌 미디에서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유행이 미니 건 미디 건간에「자기 자신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언제나 와 같은「무릎 길이」로도 얼마든지 새 모드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니 바람에 밀려났던 전통적인 무릎길이가 서서히 새로운 장르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한 여성이라면 미니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게 될 것이며 조금 더 신중하고 싶은 여성리라면 값이 많이 먹히는 가을·겨울 의상을 금년에 마련하지 않고 1년쯤 기다려 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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