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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만으론 유죄 안된다|대전지법서도 무더기 무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자백만 있고 다른 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할수 없다는 대전지법의 법해석에서 일기 시작한 즉결심판 파동이 이번에는 대구에 번졌다.
지난 1일 대구지법 안웅득판사는 시내 새 대구겅찰서에서 즉심에 넘긴1백95명의 각종 보안사범 가운데 자백만 있고 보강증거가 없는 76명에게 무더기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어 3일 이민수판사 역시 대구시 대명동 박모군을 비롯한 이모여인 등 6명의 야통위반자와 윤락행위방지법위반자에게 자백을 뒷받침할 만한 보강증거가 없다고 판시, 각각 무죄를 선고 했다.
대전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타산지석으로 여겨왔던 경북도청은 갑자기 떨어진 발등의 불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의 위반내용을 재검토토록 산하 각경찰서에 긴급 지시하는 한편 이의 시정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줄 것을 치안국에 건의하고 일선 경찰서로 하여금 현행법규상 경찰단속의 애롯점을 대구지법에 건의케하는 한편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즉심에 넘겼던 25명의 운전사에 대한 보강증거를 위해 즉심청구서와 스티커를 되돌려 받아가는 등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지난2일의 경우)
대구에서 무죄의 테이프를 끊은 안용득판사는 『일반에서는 즉결심만 하면 경범자만 처벌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5천원이하의 벌금형이나 구류처분할 형사범도 재판하게 되므로 즉결심판법 제10조에 따르면 헌법 제10조6항에 어긋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3백10조 (불이익한 자백의 증거 능력)에 따른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안판사는 또 이문제에 대해 앞서 대전지법 즉결심판 담당 오병선판사의 즉심결과에 따른 오판사의 법해석이 옳다고 인정, 이를 따른데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9월의 대구지법 즉심담당 이호종·이민수 두 판사도 안만사의 법해석을 따르기 시작했다.
이 판결은 즉각 경찰의 단속에 반영되었다.
2일부터는 평일에 비해 즉심청구권 수가 하루 1백 내외로 약40%로 푹 줄었다. 이는 여태까지 겅찰에서 즉심에 넘겼던 보안사범이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담당경찰관으로부터 시말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무죄판결이 났을 때 경찰은 담당경찰관으로부터 시말서를 받아왔었는데 법원태도가 이렇게 바뀌자 시말서를 쓰기 싫어서도 보안사범을 방관할 염려가 있어 이번에는 무죄를 선고받아도 시말서를 안받기로 했다.
도경에서는 보안사범처리에 꼭 보강증거를 붙이도록 강력히 지시하고있으나 일선경찰서에서는 ①야통위반자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경찰관 1명에 야경원 1명을 따르게 하거나 경찰관 2명이 행동을 같이하지 않으면 안되어 일손이 부족되지만 필요에 따라 헛된 인력을 소모하면 된다는 결과가 따르지만 ②교통사범의 경우「스티카」만으로 유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한 사람씩 배치되는 교통경찰관으로서는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추월, 일단 정지 무시, 과속 등에 대해서는 그 단속이 불가능해지는 결과가 되어 겸찰은 이에 대해 새로운 방안을 짜내기에 부쩍 고심하는 것 같다.
안판사 이전의 무죄선고는 주거부정, 무위도식 등으로 주민등록증을 갖고 다니지 않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즉심에 넘겨질 때 가족에게 연락, 주민증을 제시하며 주거가 드러날 경우와 노동· 농업 등을 직업인줄 모르고 우물쭈물하다 즉심에서 밝힘으로써 죄가 없을 때 같은 경우였다. 이렇게 즉결에 대한 법원의 법해석이 헌법위반이란 방향으로 흐르게되면 즉심절차법은 사실상 백지화되고 있는 것으로 이에 대한 조치가 논의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대전=박봉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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