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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즐기는 간소한 추석차림|비쌀 때 새옷해 입는 건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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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곡을 거두어 쌓아 놓고 달을 즐기던 추석명절이 상품권이 오락가락 하는 허식의 경쟁으로 변하지 이미 오래다. 도시의 일부층에서 벌이는 이런 폐습은 연례적으로 물가고를 부채질하여 전국으로 퍼져나가 구석진 촌에까지 그 여파를 보내고 있다.
더우기을 해는 태풍과 「콜레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오르고 있는데 특히 추석물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곡류와 쇠고기·생선 값의 전망이 어둡다.
비단 추석뿐만이 아니겠지만 명절을 간소하게 가족적으로 즐기자는 것이 우리 가정의 큰 문제로 되고 있다. 야단스런 준비를 하지 않고도 오붓하게 명절을 즐기는 두 가정, 유계완씨(요리연구가) 댁과 박인호씨 (여성단체협의회 상무이사) 댁의 예를 빌어 알뜰한 추석차림을 살펴본다.

<장보기>
「콜레라」의 영향으로 생선이 제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미 값도 많이 을랐다. 일반가정에선 건어류로 많이 쓸리는 때문으로 북어 등의 값이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추석 때만 되면 푸줏간이 제일 붐비고있는데 쇠고기는 수요를 따를 만큼의 공급량을 확보하지 못 하고있다.
따라서 올 추석엔 쇠고기 값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 될 수 있으면 쇠고기 낭비가 없도록 식단을 짜는데 머리를 써야 한다.
박인고씨는 『쓸데없이 기분에 따라 뭍건 들을 마구 많이 사는 것 때문에 물가를 부채질한다』 고 지적하면서 무엇이 꼭 필요한 가를「메모」해서 미리 예산을 짜놓고 거기에 맞추어 시장에 나가도록 권한다. 또 유규완씨는 추석물가고를 따라가지 않는 방법으로 먹는 것과 꼭 필요한 인사물건 외에는 절대 「쇼핑」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 옷 같은 것은 추석이 지난 다음 마련한다. 『추석이면 새것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고쳐야한다』고 말하고있다.
추석차례상에 필요한 햇과일도 다소 값이 오를 듯. 문제는 꼭 필요한 양을 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선물>
평소 신세진 분들에게 인사하는 정도가 지나쳐 요즘은 거액상품권 등 뇌물로 변한 듯한 인상이다.
유계완씨 댁은 병원을 하고있는 탓으로 다소 인사 치레를 하고있으나 이는 고기나 송이버섯 등 추석쇠기에 필요한 물건을 정성스럽게 담아 보내고있다. 「쇼」적인 것들은 오히려 받는 사람에게 부담이 된다. 집에서 빚은 송편 몇 개를 곱게 싸서보내는 것도 재미있다.

<음식>
성묘의 경우 박인호씨는 1주일 전쯤에 간다고 한다. 선조를 생각하는 의미를 알고 조용할 때 미리 가서 묘를 살펴보고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다.
음식은 번거롭지 않고 많이 하지 않도록. 많이 만들면 오히려 싫증을 내서 즐길 수가 없게 된다. 하룻만에 다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한다.
송편은 식구들이 모여 앉아 만드는 재미가 명절답다. 남자들이라도 손씻고 하나씩 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추석빔>
추석에 새 옷올 해 입는 일은 비경제적인 허식이다. 물건값이 비쌀 때 새 옷을 살 필요가 없다.
박인호씨는 가정부에게도 새 옷을 사주는 일은 지양돼야한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에게도 평소의 옷을 깨끗하게 해서 입히는 정도로 넘기고 추석이 지나 값이 안정 됐을때 사는 것이 안전하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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