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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 3000만원 뛰고 매수 문의 늘어 … 주택시장에 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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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임좌배 사장은 요즘 쏟아지는 문의전화에 점심식사를 제때 못 한다. 8·28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싼 매물을 찾는 문의가 하루 20통 가까이 들어와서다.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 발 빠른 집주인들은 매물의 호가(부르는 가격)를 올려 전용 84㎡형의 경우 대책 후 일주일 새 2000만원 상승했다. 임 사장은 “5명이 가격과 층·향이 마음에 들면 사겠다며 연락처를 남겨놓고 갔다”고 전했다.

 3년 전 서울 정릉동의 전용 84㎡형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은 김모(40)씨는 8·28 대책 후 거의 매일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방문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벌써 오는 주말에 4명이 집을 보러 오기로 약속돼 있다. 김씨는 “그 전에는 집을 보려는 사람이 서너 달에 한 명 정도였다”며 “그동안 3000만원을 낮췄는데 조금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거래절벽’을 만난 주택시장에 8·28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나타나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이던 중개업소엔 주택 구입 문의가 늘고 일부 주인은 가격을 높이고 있다. 분양시장에도 새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늘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는 8·28 대책 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잠실 리센츠 84㎡형은 9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잠실동 잠실1번지공인 김찬경 사장은 “구입을 미뤄왔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매수 문의가 늘자 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삼호풍림5단지 84㎡형은 2주 새 1000만원 올라 3억1000만원 선이다. 백석동 우성한신공인 강성붕 사장은 “언제일지 모르던 집값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인식이 수요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도 이뤄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들어 4일까지 아파트 거래건수가 하루평균 110건으로 최근 3년간의 9월 하루평균 거래량(99건)보다 많다.

 서울 상계동 보람공인 이순남 사장은 “취득세 인하 혜택을 못 보더라도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기 전에 계약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주택거래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에 시장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분양주택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울 전농·답십리뉴타운에 분양 중인 답십리 래미안·위브는 8·28 대책 이후 50여 건의 가계약이 이뤄졌다. 대책 전 가계약 건수는 30여 건이었다. 이 아파트 강보경 분양소장은 “대책 직후인 지난 주말 700여 명이 견본주택을 찾았다”며 “관망 분위기가 ‘일단 잡아놓자’는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에 공사 중인 밤섬 리베뉴와 마포 리버웰은 대책 이후 20건 가까이 가계약됐다.

 실제 계약도 잇따른다. 현대건설과 풍림산업이 서울 시흥동에 지은 남서울 힐스테이트·아이원 20여 가구가 8월 말 이후 팔렸다. 이 아파트는 이미 준공돼 계약하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기존 주택시장의 회복 기대감이 분양시장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인 경매도 호전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9.3%로, 이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아직 후속조치들이 본격 시행되지 않아 8·28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낼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 많다. 취득세 인하 등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정부 발표 수준에 못 미치면 시장이 실망감에 빠져 크게 위축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8·28 대책 불씨를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국회에 달렸다”며 “이번에도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장원·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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